◇엘 데포/시시 벨 지음·고정아 옮김/248쪽·1만4500원/밝은 미래
아이는 네 살에 뇌수막염을 앓고 귀가 안 들리게 됩니다. 처음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죠. 누군가 사탕을 주고, 언니 오빠가 다정하게 대하는 것만 좋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조금씩 이상한 게 느껴집니다. 세상이 너무 조용해졌어요. 소리쳐 불러도 엄마는 대답이 없었어요. 무엇이 달라졌는지 깨달았습니다. ‘소리가 안 들려….’ 그러고 보니 아이가 귀가 긴 토끼로 그려져 있어요. 귀를 좀 더 강조하는 의미겠죠.
세상은 불편했습니다. 안 들리는 것도 그랬지만, 상대방의 방향을 잃은 친절함도 불편했어요. 보청기의 줄은 주인공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징표 같았습니다. 표지 그림에 그려진 그 줄 말입니다. 그런데 그 줄이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주변에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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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라면서 누구나 마음속에 건강한 자아를 키워냅니다. 우리 아이들 마음속 ‘엘 데포’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에게는 어떤 이름을 붙일까요?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