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서 두번째 발생
▼ 콜레라 환자, 8일간 일반실 입원… 추가감염 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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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B 씨는 14일 경남 거제시의 한 교회에서 점심으로 삼치회를 먹었으며 다음 날 오전부터 설사 증상을 보였다. 이 삼치는 B 씨의 지인이 13일 거제시 인근 해역에서 직접 낚시로 잡은 뒤 먹다가 일부 남겨 냉동한 것이다. B 씨는 17일 거제시 M병원에 입원했고, 21일부터 증상이 호전돼 24일 퇴원했다. 보건 당국은 이튿날 B 씨를 콜레라 환자로 최종 확진했다.
보건 당국은 6월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아 소화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진 B 씨가 얼었다 녹아 세균이 갑자기 증식했을 가능성이 높은 삼치를 회로 먹어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와 함께 삼치회를 먹은 주민 11명과 B 씨의 가족은 설사 등 콜레라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같은 수산물을 먹어도 부위와 시기에 따라 콜레라균에 감염될 가능성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당국은 B 씨 가검물에서 확인된 콜레라균은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95% 이상인 ‘엘토르(El Tor)’형이라는 점을 감안해 특이한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B 씨와 접촉한 주민과 의료진을 검사하고 있다.
당국은 일단 이번 콜레라가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A 씨는 B 씨와 달리 횟집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두 환자의 감염 경로가 서로 연관성이 없고 △경남 지역 병·의원에서 콜레라 고유의 증상(복통 없이 쌀뜨물 같은 허여멀건한 설사를 반복)을 보이는 환자가 B 씨 외에는 신고되지 않았으며 △이들과 함께 음식을 먹은 가족과 주민들이 콜레라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B 씨의 검체에서 확인된 콜레라균의 유전자형이 A 씨의 것과 같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대유행 시나리오’에 무게가 쏠릴 수 있다. 발원지가 같은 콜레라균이 다양한 경로를 거쳐 A 씨와 B 씨에게 각각 도달했다는 의미이므로, 그 중간에 콜레라균에 노출된 주민이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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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후진국 감염병인 콜레라가 다시 등장하자 초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기술은 좋아졌지만 전반적인 보건 위생 수준과 감염병 방역 의식은 낙후된 그대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M병원은 B 씨를 입원 첫날인 17일엔 2인실에, 나머지 7일간은 6인실에 입원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콜레라 환자는 기저귀 등을 만진 손으로 다른 물건을 접촉해 2차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법정감염병 진단 신고 기준’에 따라 반드시 격리해야 한다. B 씨는 입원 뒤 나흘간 설사 등 콜레라 대표 증세를 보였고, 18일 “B 씨가 비브리오속(屬·콜레라균도 포함됨) 병원균에 감염됐다”는 외부 업체의 검사 결과까지 나왔지만 M병원은 B 씨를 1인실로 옮기지 않았다.
역학조사도 난항이다. A 씨는 7일 거제시의 횟집에서 간장게장, 양념게장, 전복회, 농어회를 먹었지만 해당 음식점이 원산지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아 콜레라균이 해외에서 유입된 건지, 국내에서 자체 발생한 건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8일 농어회를 먹은 통영시의 음식점은 아직 어디인지 특정되지도 않았다. A 씨가 식대를 현금으로 치렀고, 어느 음식점이었는지 정확히 진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B 씨가 먹은 삼치에 콜레라균이 섞인 과정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보건 당국은 폭염 탓에 거제시 인근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플랑크톤이 급증했고, 플랑크톤에 기생하고 있던 콜레라균이 덩달아 확산해 B 씨가 먹은 삼치에 숨어들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17개 검역소가 거제시 인근을 포함해 주요 해역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최근까지 콜레라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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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인천 연수구 D고등학교와 경남 창원시 J고등학교에서 식중독 의심 환자가 각각 155명, 163명 발생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19일 이후 집단 식중독이 일어난 학교는 11곳으로 늘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