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브램리, ‘희망 없는 새벽’.
프랭크 브램리(1857∼1915)는 뉴린 화파의 초창기 멤버였습니다. 1884년부터 11년을 이곳에 머물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어요. 특히 화가는 바다에서 생선을 얻는 삶의 긴장을 정교한 실내 풍경으로 구현해 냈지요. ‘희망 없는 새벽’은 이 시기 대표작입니다.
실의에 찬 여인들 뒤로 절망의 동이 트고 있습니다. 별빛 없는 밤을 지나 새날이 밝았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림 속 허름한 창 너머 성난 바다가 문제인 것 같군요. 1888년 전시 당시 존 러스킨이 ‘파도가 쉬지 않고 출렁이고 바람이 아우성쳐 불신과 마음의 병’을 일으킨다고 설명한 바로 그 바다입니다. 그림 주제는 뉴린 화파를 주도했던 월터 랭글리가 화가보다 6년 먼저 다룬 것이었지요. 바다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세 명의 어부’를 노래한 찰스 킹슬리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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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에서 강의가 있었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던 길이었지요. 한 청년이 무거운 짐 때문에 계단 내려가기를 망설이는 할머니를 돕고 있더군요. “이런 사람들이 있어 나 같은 사람이 살지.” 청년을 향한 할머니의 커다란 감사 인사가 나를 책망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서둘러 여기저기 안부 문자를 보냈습니다. 체념으로 뒤척였던 수많은 불면의 밤, 그림 속 노인처럼 내게 선뜻 무릎을 내준 사람들이 참 많기도 했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