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트랙 전수조사 추진하며 “KS기준 없다”… 중금속만 검사 학부모 “벤젠 등 노출 우려” 불안
정부가 초중고교 우레탄 트랙을 전수조사하면서 발암물질 조사 계획을 세웠다가 실제 조사에선 이를 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프탈레이트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우레탄 트랙에 대한 관리규정 자체가 허술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유해물질은 더욱 적극적으로 조사했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다.
올해 초 우레탄 트랙을 전수조사하기로 한 교육부는 3월 11일 일선 학교에 내려보낸 공문에 4대 중금속(납, 6가크롬, 카드뮴, 수은) 성분 외에도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도 기준에 넣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TVOC는 흔히 아토피를 유발하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는데 발암물질인 벤젠이 대표적이다. PAHs는 탄 음식에서 나오는 벤조피렌 등을 일컫는데 이 역시 위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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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육부는 3월 23일 다시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TVOC와 PAHs는 빼고 중금속만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결국 중금속 기준치를 기준으로 한 우레탄 트랙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프탈레이트를 비롯한 유해물질에 대한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레탄 트랙과 관련한 KS 기준엔 수은과 납 등 중금속 기준치만 있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해 공문을 수정해서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KS 기준에 없는 유해물질인 만큼 조사 계획에서 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앞서 논란이 된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 역시 KS 기준에 없어 조사 대상이 아니었으나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논란이 됐다.
국가기술표준원과 해당 사실을 확인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KS 기준은 우레탄 제품에 대한 임의 기준일 뿐”이라며 “이들 발암물질도 프탈레이트와 마찬가지로 어린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성분이라고 판단할 경우 관리 주체인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S 기준 자체가 어린이 청소년 생활공간과 동선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는 운동장에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벤젠 등의 유해물질 기준은 인조잔디에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조잔디에 쓰인 고무 충전재에선 벤젠 등을 검사하지만 화단이나 보도에 깔리는 같은 고무 충전재에는 이 같은 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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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