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정해인은 SBS ‘그래, 그런거야’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김수현 작가는 그에게 “잘 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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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주말드라마 ‘그런거야’ 김수현 작가가 선택한 정해인
캐스팅부터 첫 촬영까지 매일 조마조마
대선배님과 호흡…돈 주고도 못 살 경험
김수현 작가는 정확히 8개월 전, 정해인을 두고 “쟤를 어떻게 하면 좋지?”라는 말을 했다. 반평생 드라마 대본을 써오며 정확한 대사와 의미 전달을 중요시한 김 작가에게 2년차 정해인은 성에 차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드라마 종영까지 단 2회만 남겨둔 시점에서 정해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정해인은 엷은 미소를 띠며 “드라마가 끝나면 ‘왜 부족한 저를 캐스팅했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볼 거다”고 말했다. “어려운” 김 작가가 아닌 연출자 손정현 PD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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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첩첩산중이었다. 첫 촬영을 앞두고 진행한 대본 읽기 현장에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이순재, 강부자, 노주현, 김해숙 등 베테랑 연기자들과 한 자리에 앉아 대본을 맞춰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어 있는데, 김 작가는 정해인에게 눈길은 커녕 “일주일만 더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그는 “아! 이렇게 하차하는구나” 싶었단다.
연기자 정해인.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김 작가는 정해인이 ‘쑥쑥’ 성장해가는 남다른 재미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회를 거듭할수록 정해인의 연기는 안정됐고, 김 작가는 “잘 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다.
극중 부모인 홍요섭과 김해숙을 비롯해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순재와 강부자의 사랑까지 독차지했다.
“이순재 선생님은 조용히 따로 불러 조목조목 점검해주셨다. ‘이건 중요한 대사니까 잘 전달해야 한다’는 설명도 해주고 전반적으로 의미를 되새겨줬다. 엄마(그는 김해숙을 이렇게 부른다)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건 아니다’고 촬영을 끊어가면서 다시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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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함께 겪어 나가자고 했다. 친해지면 더 편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자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정해인은 그렇게 보낸 시간을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수고 많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단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