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논설위원
전 부처 대변인 대상 특강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은 6월 14, 15일 강원 평창군에 전 부처 대변인을 불러 1박 2일 일정의 워크숍을 열었다. ‘대변인 간 유대를 돈독히 해 겨울올림픽 때 홍보의 시너지를 내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들이 2018년 평창 올림픽까지 대변인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는 의심스럽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 대표가 되기 전 이 행사의 강연자로 나서 홍보 경험담을 나눴다. 여당의 대변인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오래했으니 그의 경험은 정부 부처의 대변인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부처 고참 대변인 A 씨가 전해준 강연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박 대표의 말을 직접 들은 유정복이 부각하지 않던 대목을 이정현이 짚어내 의미 부여를 했다는 것이다. 국민소통실은 처음에는 강연을 못 들어서 내용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나중에 직원이 적은 메모라며 들려준 내용은 이렇다.
“유정복 실장이 병실에서 나왔을 때 내(이정현)가 유 실장에게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표가 수술에서 나오자마자 ‘대전은요?’라고 묻더라고 했다. 브리핑을 했고 다음 날 신문 1면이 이 말로 도배됐다. 대변인 역할에 따라 부처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부처 대변인 A 씨의 전언대로라면 이정현은 숨어 있던 팩트를 찾아 홍보한 반면 국민소통실이 기록한 이정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팩트를 재차 강조하는 홍보를 한 것이다.
전자의 이정현은 팩트를 과장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강연장에 가지도 않았던 국민소통실장이 “이 대표는 빈틈없는 분인데 그렇게 말했을 것 같지 않다. 대변인들이 잘못 알아들었을 것”이라며 펄펄 뛰었다. 강연의 순수성을 입증하는 메모가 많지만 개인 메모여서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소통실이 수집했다는 ‘공개할 수 없는 메모’보다는 행시 출신의 머리 좋은 대변인들이 가감 없이 전해준 증언에 더 신뢰가 간다.
‘승진하려면 홍보하라’
요즘 정부 부처들은 고참 국장을 대변인으로 선임한 뒤 1급으로 승진하려면 충성을 다하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 이정현 강연의 요지는 ‘열정적으로 홍보하라’였다지만 공직자들이 홍보를 하는 진짜 이유는 민생 개선이 아니라 대통령과 장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정현은 강연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대표 출마 의지를 밝혔고 결국 그 꿈을 이뤘다. 대변인들이 이정현식 홍보에서 뭘 배웠을지 물어보고 싶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