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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스타디움은 볼트의 모노드라마 세트장

입력 | 2016-08-16 05:45:00

올림픽 자메이카 육상대표 우사인 볼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육상 100m 취재 열기 가장 뜨거워
1000여명 기자, 일거수일투족 담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현장에서 보도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모인 5000여명의 취재진이 활동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미디어센터(MPC). 각자의 노트북으로 업무에 열중하던 이들이 현지시간 14일 오후 6시 무렵이 되자 재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행선지는 제각각이었지만, 그 중 압도적으로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올림픽 스타디움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날 이곳에서 ‘하계올림픽의 꽃’이자 하이라이트인 육상 주요 경기들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태극궁사들이 사상 첫 올림픽 4관왕의 위업을 세운 양궁장이 있는 삼보드로모 일대에서 오전 여자마라톤이 펼쳐졌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와 저스틴 게이틀린(34·미국)이 겨룬 남자 100m 결승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8시35분 남자 높이뛰기 예선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주요 레이스를 보려면 당연히 서둘러야 했다. 엄청난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선 반드시 미디어센터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셔틀버스는 올림픽 특별차선에서 운행된다. 그런데 리우올림픽의 경기장은 서로 거리가 멀어 하루 2∼3곳씩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욕심을 내 많은 경기장을 찾고 싶어도 미디어센터를 찍고 움직이다보면 동선이 꼬이기 일쑤다.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거리도 멀고 입지가 좋지 않은 데다,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올림픽 스타디움이 특히 그랬다.

대회 개막식이 열렸고, 폐막식이 진행될 마라카낭 스타디움과 인접한 올림픽 스타디움은 리우올림픽 경기장 가운데 가장 빠른 2007년 팬아메리카대회를 위해 설립됐는데, 약 5만6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관중석은 오후 6시 무렵부터 이미 만원이었고, 1000여석이 마련된 기자석도 일찍 자리를 잡은 이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심지어 몇몇은 오전부터 주변을 관광하거나 배회하다 경기장 게이트가 갓 열린 오후 4시에 맞춰 입장했다는 후문. 뒤늦게 도착한 기자들은 가장 구석, 그것도 맨 꼭대기 층에 자리 잡아야 했다.

물론 고생한 보람은 충분했다. 오후 10시25분 드디어 스타트 총성이 울린 남자 100m 결승은 기대대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의 모노드라마와 같았다. 역시 유일한 주인공은 볼트, 조연은 게이틀린이었다.

예선과 준결승을 통과한 8명을 장내 아나운서가 소개하고, 모두의 심박수를 높이는 빠른 비트의 음악이 흐르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리고는 눈 한 번 깜짝이면 흐르는 10초에 모든 승부가 결정됐다. 이어진 20여분간의 긴 세리머니와 떠들썩한 시상식. 미안한 표현이지만, 다른 세부종목들은 남자 100m를 위한 양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실제로도 남자 100m 결승이 끝나자 관중의 8할이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기자들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식 기자회견장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은 볼트를 직접 보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관중과 섞여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데 30분, 셔틀버스 대기 40분, 미디어센터 이동 30분…. 1등부터 꼴찌까지 10초 만에 갈린 경기를 보기 위해 투자한 긴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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