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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원칙론만… ‘한국 때리기’는 자제

입력 | 2016-08-12 03:00:00

[中 사드 반대 3가지 속내]中과 달리 조용한 러시아
한국과 시베리아 개발협력 더 관심… 이해관계 따라 돌변할 가능성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국 배치에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공조의 틈새를 벌릴 수 있을까.

정부는 다음 달 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땅을 밟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된 만큼, 사드 문제를 두고 러시아를 한국 쪽으로 끌어올 호기라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8일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공식 발표 후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당국자나 관영매체를 통한 ‘한국 때리기’를 자제하고 있다. 이달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규탄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러시아는 중국과 달리 발목을 잡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중국이 ‘사드 반대’ 문안을 규탄성명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결국 채택을 불발시킨 반면 러시아는 논의를 중단시키거나 수정 문안을 제출하지 않은 점을 유념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외교안보부처 고위당국자는 “러시아는 극동의 사드를 유럽 지역의 미사일방어(MD)만큼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드 반대’라는 원칙론을 이미 밝혔고 이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견 외교관은 “냉전을 통해 수십 년간 미국의 MD를 상대해 온 러시아가 중국에 ‘사드 반대’의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쉽게 바뀌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다”며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앞장서 한국과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어 지금 나설 필요가 없을 뿐, 언제라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2000년 미러 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 힘겨루기에 잘못 말려들었다가 외교부 장차관이 모두 경질되는 수난을 겪은 바 있다. 그런 만큼 한러 정상회담이 사드 문제의 분수령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한국의 ‘희망’에 머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이번 행사의 주빈(主賓)인 만큼 각별한 대우를 받겠지만 동방경제포럼에서 핵심은 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러시아의 ‘동진정책’과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협력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에 사드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될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