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곤두박질… 1년 2개월 만에 1100원 무너져
미국과 중국의 대(對)한국 무역 규제가 연이어 쏟아지는 가운데 환율마저 급락하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국내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외국인 투자 밀물에 원화 ‘나 홀로’ 강세
세계 주요국 통화의 움직임과 비교해도 원화 강세는 두드러진다. 7월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주요 20개국(G20) 통화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 변동 폭을 분석한 결과 원화(―3.46%)보다 하락 폭이 큰 통화는 남아공 랜드화(―7.80%)뿐이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강세를 보인 엔화(-0.77%)를 비롯해 대만 달러(―2.62%), 인도네시아 루피화(―0.62%) 등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원화 강세는 가팔랐다.
이는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수그러들면서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원화 강세를 촉발하는 국내 요인들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이후 주요국의 통화 완화책으로 풀린 글로벌 자금이 브렉시트 후폭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한국 등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더 확대되고 있다. 7월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코스피 주식은 5조 원어치를 넘어섰다. 52개월째 흑자를 이어가며 6월 역대 최대치(121억7000만 달러)를 보인 경상수지도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다.
○ 국내 기업들 ‘환율 쇼크’ 우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는 외환 당국이 개입해 환율 급락을 방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에 따른 부담감으로 당국의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이 역대 최장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원화 강세까지 겹쳐 한국 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최근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낮아지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지현·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