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연비를 훌쩍 넘는 실주행 연비는 물론 넉넉한 크기의 차체까지 처음 접하는 신차였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특히 저속과 내리막길에서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활용한 뒤 다음 단수로 넘어가는 변속기 반응은 폭스바겐의 DSG(Direct Shift Gearbox)와 푸조의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를 연상시키며 연료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감각적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각종 편의장비는 지난날 고유가 바람을 타고 순풍에 돛단 듯 팔렸던 비교적 저가형 수입 디젤차의 단출한 장비와는 사뭇 차별화 됐다. 국내 입맛에 적절히 토착화가 이뤄진 구성은 매력을 더했다.
지난해 7월 유럽시장에서 르노의 신형 중형세단이 처음으로 공개되고 그해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실차가 일반에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사실 르노의 신차 ‘탈리스만(Talisman)’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머나먼 이국에서 소개되는 신차는 ‘해외토픽’ 정도의 소소한 볼거리 이상의 가치는 없었다.
르노삼성은 민첩했다. 탈리스만의 모터쇼 공개 후 신차에 대한 세부 정보가 속속 공개되기 시작하자, 약 3개월 만인 이듬해 1월 국내에 첫 실차 공개와 함께 3월 판매에 돌입했다. 탈리스만에서 국내명을 ‘SM6’로 변경하고 초기 물량은 2리터 GDI 엔진, 1.6리터 터보 GDI 엔진, 2리터 LPLi 엔진으로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SM6 dCi는 또한 구조 최적화 및 차체 강성 보강과 더불어 차음 윈드쉴드 글라스를 기본 장비로 채택하고, 대시 인슐레이터를 적용하는 한편 엔진룸과 실내 곳곳에 흡차음재를 적용함으로써 디젤세단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소음과 진동을 개선했다.
SM6 dCi에 장착된 1.5 dCi(Direct Common-rail Injection) 엔진은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25.5kg.m, 복합공인연비 17.0km/ℓ(16&17인치 타이어 기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실주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중저속 구간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해 배기량에서 오는 노파심을 깨끗이 날려 버린다.
국도의 구불구불한 커브 길에서도 역동적인 주행성능과 함께 오르막에서도 부족함 없는 힘을 발휘한다. 모든 시승을 마무리하고 계기판의 연비는 약 20.1km/ℓ를 기록했다. 줄곧 에코와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 달리고 간혹 급제동과 급가속 등을 감안할 때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르노삼성 SM6 1.5dCi의 가격은 2575만~295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