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받게 한다

입력 | 2016-08-09 03:00:00

옥시 구글 애플 등 글로벌기업 한국지사 ‘감시회피 꼼수’에 철퇴
감사 안받는 유한회사 설립 많자 “자산 120억 이상땐 감사 의무화”
정부, 9월 법안 제출… 野도 찬성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서 검색해 보면 2010년 기록까지만 볼 수 있다. 옥시가 2011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유한회사는 2인 이상이 자신들의 출자액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회사다.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다. 공교롭게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사건은 2011년 4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옥시의 모회사인 영국 레킷벤키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지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한회사에 대한 감시 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9월 정기국회 때 일정 자산·매출액 이상의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외부감사를 받게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19대 국회 때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적은 있지만 정부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과 비슷한 법안을 먼저 발의하고, 국민의당도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개정안은 유한회사 중에서도 자산·매출액이 일정 규모를 넘어선 경우에만 감사를 받도록 해 국내 중소·중견 기업보다는 옥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부 기준은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이지만 ‘자산 120억 원 이상’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유한회사 중 90% 이상은 자산 100억 원 미만이다.

그간 글로벌 기업들은 외부감사를 받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한국지사를 유한회사로 설립하거나 기존의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려 왔다. 그 결과 이들의 경영 성과와 활동은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