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 검사장 구속기소…檢 치욕의 날
○ 金, 陳… 서울대 재학 당시 일본 연수에서 재회
진 검사장은 환일고에 다니던 1985년 무렵 친구의 소개로 김정주 NXC 회장(48·넥슨 창업주)을 알게 됐다. 진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김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86학번)로 진학했고 일본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서 다시 만나 가깝게 지냈다.
김 회장도 1994년 넥슨을 창업한 뒤 히트작을 쏟아 내며 게임 업계의 신화로 성장했다. 1996년 출시한 ‘바람의 나라’를 비롯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큰 부(富)를 움켜쥐었다.
김 회장은 2005년 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을 매입할 특혜를 줬다. 진 검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주식 매입 자금 4억2500만 원까지 김 회장에게서 받아냈다. 진 검사장은 이 주식을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한 뒤 지난해 120억 원대의 주식 대박을 쳤다. 진 검사장은 장모에게서 빌린 돈으로 넥슨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속였다.
진 검사장은 이명박(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2008년 2월경 넥슨홀딩스가 리스한 제네시스 차량을 달라고 요구해 타고 다녔다. 이듬해 3월 차량 인수 비용 3000만 원도 받았다. 진 검사장은 2005∼2014년 11차례에 걸쳐 김 회장 측에게서 자신 또는 가족의 해외여행 경비 5011만 원도 받았다.
김 대표는 주변에 “(진 검사장의 반복된 요구를 들어주면서) 정서적으로 강간을 당한 심경”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검찰은 김 회장을 순수한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 김 회장은 엘리트 검사인 진 검사장을 ‘든든한 방패막이’로 보험을 들어 회사 리스크를 관리했고 넥슨이 관련된 민사 또는 형사 사건을 상담했다. ‘현직 검사가 대기업의 집사 변호사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 檢은 혁신 부르짖지만 싸늘한 시선
진 검사장은 올 3월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주식 대박 사실이 드러나자 “내 돈으로 샀다”,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샀다”라며 거짓말을 이어 갔다. “뭐 이런 ××가 다 있느냐”라며 분노한 김수남 검찰총장이 이달 6일 특임검사를 투입하자 그제야 “주식 매입자금도 김 회장 돈”이라고 실토했다. 김 회장도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되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최성환)가 넥슨의 횡령, 배임, 탈세 의혹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의 ‘빗나간 30년 우정’은 파국을 맞았다.
진 검사장은 2010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내사 종결한 뒤, 대한항공 임원이던 서용원 한진 대표를 만나 자신의 처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엘리트 검사의 치명적 뇌물 스캔들에 검찰 조직의 신뢰는 추락했다. 대검찰청은 검찰개혁추진단(단장 김주현 대검 차장)을 구성하고 검찰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