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신음하는 한국]전국 축산농가, 폭염 피해 확산… 한달새 139만마리 폐사 신고
“올해처럼 폭염이 길게 가는 건 닭을 키우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26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에서 닭을 기르는 김광삼 씨(59)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날까지 김 씨가 기르는 토종닭 10만 마리 중 3만 마리가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20일부터 매일 4000∼5000마리씩 폐사하고 있다. 김 씨는 “예년에는 이틀 정도 덥다가도 비도 오고 저녁이면 온도가 낮아져 폐사율이 5% 정도밖에 안 됐는데 올해에는 1주일 이상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 많은 닭이 죽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키우는 닭들처럼 폭염을 견디지 못해 폐사하는 가축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폐사 피해가 신고된 가축은 총 138만9169마리다. 전체의 97.8%는 닭으로 135만9337마리나 됐다. 오리도 2만8500마리가 죽었다. 가금류는 몸 전체가 깃털로 싸여 있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다른 가축에 비해 무더위에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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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통시장들은 폭염 때문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며 울상이다. 26일 점심시간에 찾은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북적이던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장사를 접고 천을 덮어 놓은 가게도 적지 않았다. 이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최모 씨는 “더운 날씨로 찾는 손님이 없어 지금까지 개시도 못했다”면서 “50년 동안 이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요즘 같이 손님이 적은 때는 드물었다”라고 푸념했다.
정읍=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 이호재·손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