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중고생 해외서 1000만원 ‘스펙 캠프’
“학종(학생부종합전형) 시대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용 사교육에 불과하다.”(캠프 반대자)
광고 로드중
학부모 황모 씨는 “대입 서류전형에 캠프 이름이나 참가 이력 같은 건 못 넣게 돼 있지만 거기서의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풀어 쓸 수는 있다고 들었다”며 “자기 계발 스토리를 만들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캠프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캠프 시장엔 이러한 입시 변화와 학부모들의 요구를 공략한 고액 상품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해외 캠프의 경우 과거에는 ‘영어캠프’ ‘중국어캠프’처럼 단순한 어학 캠프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엔 ‘실리콘밸리 캠프’ ‘해외 역사문화탐방 캠프’같이 테마를 가미한 캠프들이 인기다.
이 같은 해외 캠프는 기간과 종류에 따라 1인당 비용이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자녀가 걱정돼 부모가 동행하면 비용은 더욱 증가한다. 하지만 인기는 뜨겁다. 미국 서부에서 명문 사립교육을 경험하는 한 업체 캠프의 경우 930만 원(항공료 제외)짜리 상품이 이미 4월에 마감됐을 정도다.
한 학부모는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캠프에 다녀온 후 아이의 눈빛과 태도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며 “꿈은 돈으로 환산되는 게 아닌 만큼 방학 때마다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숙소가 실리콘밸리에 있다고 해서 IT캠프라고 할 수 있느냐”며 “유명 IT기업 문 앞에서 사진만 찍는다고 해서 연수가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학부모의 경제 여건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즉 돈으로 산 입시 스펙이란 지적이다.
광고 로드중
지영수 한국청소년캠프협회 이사는 “캠프를 선택할 때는 부모와 자녀가 많은 대화를 하고 세부 커리큘럼을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며 “금액으로 프로그램 질을 평가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캠프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 N포세대 대학생 제주서 돈벌며 계절학기
광고 로드중
2011년 우연히 얘기를 듣고 제주대를 찾았던 서울대생 원동근 씨(27)도 학교로 돌아와 제주학기의 매력을 설파하면서 후배들도 줄줄이 제주도로 향했다. 원 씨는 “정규 학기 중에는 학업에 치여 지쳐 있었는데 방학을 틈타 학점도 따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해양레저스포츠인 요트 수업을 들으며 2학점을 취득했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수업을 함께 듣는 교류 학생들과 제주도의 관광 명소를 찾았다. 교류 학생에게 제공되는 기숙사비도 1박에 5000원 안팎으로 도내 다른 숙박업소에 비해 저렴해 부담이 없었다.
방학 기간에 제주도에서 용돈벌이에 나서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명문 대학에 다니는 정모 씨(23·여)는 지난해 여름 제주도에 월세방을 잡고 초중학생 4명에게 두 달간 영어 과외수업을 해 400여만 원을 벌었다. 정 씨는 “서울에서는 과외학생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제주도는 대학생이 적어 쉽게 과외를 구할 수 있었다”면서 “번 돈 일부는 제주도 여행경비로 썼고 나머지는 모두 학비와 생활비에 보탰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성행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방 청소, 체크인 관리 등을 돕고 30만 원 안팎의 용돈과 무료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여행을 하는 대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대학생들이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강대 전상진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갭이어(gap year·학업을 쉬면서 여행, 봉사활동 등을 하는 것)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유연성을 발휘해 학업과 휴식 사이의 절충안을 내놓은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대안을 못 찾아 고민하는 대다수의 학생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