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 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은퇴공연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가운데)이 22일(현지 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오네긴’ 공연을 마친 뒤 관객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Stuttgart Ballet 제공
믿기지 않았다. 그의 쉰 살 몸은 살아 있었다. 그의 춤과 연기는 가슴속을 후벼 팠다. 막이 채 닫히기도 전에 극장이 무너질 것 같은 박수와 발 구르는 소리, 브라보를 외쳐 대는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수십 송이의 꽃이 무대 위로 던져졌다. 수차례의 커튼콜 끝에 강수진 혼자 무대에 남게 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종이를 무대를 향해 펼쳤다. 오페라극장은 순식간에 붉은색 하트와 ‘DANKE SUE JIN(고마워요 수진)’ 글자로 뒤덮였다. 단원들과 스태프는 차례로 장미꽃을 강수진에게 건넸다. 기립한 관객들은 20분이 넘게 강수진의 이름과 브라보를 외치며 그를 떠나보내지 않았다.
관객 1400여 명이 붉은색 하트와 ‘당케(고마워요) 수진’이라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Stuttgart Ballet 제공
공연 뒤 왜 마지막 공연에서 ‘오네긴’의 타티아나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강수진은 “매번 이 역을 할 때마다 나는 타티아나의 일부가 되곤 한다. 늘 타티아나라는 역할과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고, 특히 내 나이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그는 아주 강한 여성으로 표현되고 섬세하면서도 정확한 동작들이 있다. 나 역시 내 삶을 살고 계속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실제 삶에서는 발레만큼 드라마틱하게는 아니겠지만 누구나 가끔 무언가와 작별을 해야 할 때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강수진은 많은 무용수가 생각하는 시간, 그 이상을 뛰어넘어 자신의 커리어를 지속했다. 이날 그가 흘린 눈물은 갈채 받는 화려한 스타의 뒷면에 숨겨진, 자기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이겨낸 데 대한 회한의 눈물일지 모르지만, 관객들은 한 예술가가 성취한 고귀한 인간 승리로 기억할 것이다.
슈투트가르트=장광열 무용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