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완성되는가/비톨트 립친스키 지음/서경욱 옮김/416쪽·2만8000원·미메시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1977년 사들여 개조한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 1920년대 세워진 고택의 원형을 살리며 나무합판, 아연판 등 저렴한 재료를 비정형으로 가공해 외피로 썼다. 미메시스 제공
책도 건물과 마찬가지다. 품질 높은 문장으로 채우고자 애쓴 무형의 노력이 배어든 글이 책의 본질이라면, ‘책이라는 건물’의 공간 프로그램은 편집 전략이다. 어떤 종이를 사용해서 어떻게 제본할지에 대한 고민은 건물의 구조와 외피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과 유사하다.
건축가이면서 저술가, 교육자로 활동하는 저자의 글은 담백하다. 과장이나 독단 없이 자신의 경험과 식견을 버무린 짜임새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돋보인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조금만 더 가벼운 종이를 썼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커진다. 가뿐하게 들고 다니기 좋게 만들었다면 지은이의 통찰을 곱씹기 훨씬 수월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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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호쾌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뭘까. 수상 경력 많은 유명 건축가가 설계해 공모전에서 우승한 건물? 저자는 “설계경기는 신중한 것보다 극적인 것, 잘 해결된 것보다 단순하고 기념비적인 것, 섬세한 것보다 눈을 매혹시키는 것을 선호한다”고 썼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지적은 아니지만 읽는 맛은 시원하다. 원제는 ‘How Architecture Works’.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