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잠깐 봅시다” 20일 사드 관련 긴급현안 질의가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오른쪽)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잠시 얘기 좀 하자”며 손짓을 하고 있다. 잠시 후 둘은 밖으로 빠져나갔다. 서 의원은 4·13총선을 앞두고 친박 의원들이 예비후보였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서 의원의 지역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종용한 내용의 녹취 파일이 공개되자 전날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20일 기자들을 만나 “왜 이 시점에서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성회 파일’의 직격탄을 맞은 서 의원은 전날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서 의원은 “녹취록을 잘 봐라. (김 전 의원이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묻고 또 묻는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에 불을 지필 ‘의도’로 유도신문을 했다는 얘기다. 실제 김 전 의원은 최경환 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지역구 이전이 “박 대통령의 뜻이냐”고 여러 차례 묻는다.
비박계는 ‘적반하장’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무슨 음모를 갖고 공개했다고 보지 않는다. 당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 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가까운 일이 있었다면 꼭 짚어야 한다”며 거듭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김용태 의원도 “더 이상 덮고 가기 어렵다”며 최, 윤 의원 등의 검찰 고발을 재차 주장했다.
폭로 시점과 주체를 두고도 비박계 기획설부터 친박계 내부의 알력싸움이라는 주장까지 각종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 차원의 진상 조사나 징계는 없다. 이제는 다들 자숙하고 새로 출발해야 한다”며 비박계의 ‘강력 대응’에 선을 그었다. 가뜩이나 박근혜 정부가 총체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내전(內戰)이 확산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