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 된 경북도청 신청사
안동 검무산 자락에 들어선 경북도청 신청사. 청사를 찾은 관광객들이 병산서원 만대루를 본떠 지은 회랑(83m)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청사 완공 후 방문객은 현재 50만 명을 넘었다.
신청사 본관 앞에 세운 경북도청 표지석. 박근혜 대통령 글씨다.
하회마을이 소박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경북도청 신청사의 첫인상은 웅장하게 다가온다. 신청사의 전체 면적은 24만5000m²이며 4개 건물의 연면적은 14만3000m²이다. 이 때문에 “공공청사가 너무 거창한 게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 청사는 검무산을 배경으로 기와 65만 장으로 지붕을 얹었다. 7층인 본관(안민관)은 높은 층이 아니지만 기와지붕 때문에 웅장하게 다가온다. 의회와 강당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법규에 따른 청사기준면적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으며 m²당 건축비용도 정부세종청사 등 최근 신축한 건물보다 낮다. 청사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30%는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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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사 1층에 있는 독도쉼터. 독도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도 설치돼 있다.
신청사 방문객이 이어지는 이유는 청사의 독특한 외형과 조경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공간의 명칭부터 인문정신을 담았다. 도청 본관은 도민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으로 ‘안민관’으로 지었다. 의회는 도민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여민관’이다. 주민복지관은 도민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에서 ‘홍익관’이다. 대공연장은 주민과 함께 즐긴다는 뜻에서 ‘동락관’이다. 정문인 솟을대문은 ‘경화문’으로 지었다. 본관 앞에 기둥 60개를 세워 만든 83m 길이의 회랑은 서애 류성룡을 추모하는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본떠 만들었다. 경주 안압지를 본 떠 만든 연못은 마음을 씻는다는 뜻으로 ‘세심지’라고 부른다.
신청사에 들어서면 만나는 ‘선비의 붓’. 길이 17.5m에 무게는 2.5t이다.
안민관은 층별로 인문과 문화 공간을 담고 있다. 1층의 구내식당은 ‘디미방’이다. 경북 출신으로 최초의 한글 조리서를 남긴 장계향의 ‘음식디미방’에서 딴 이름이다. 독도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독도쉼터도 있다. 2층의 회의실 이름도 ‘회통실’ ‘호국실’ ‘화랑실’처럼 경북의 정신을 담아 지었다. 3층 간부회의실은 화합하여 소통한다는 원효 스님의 철학을 담은 ‘원융실’이다. 다른 회의실 이름도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뜻에서 ‘사림실’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뜻에서 ‘창신실’ 등으로 지었다. 4층의 대강당은 신라 화백제도를 본떠 ‘화백당’으로 지었다.
지난해 10월 신청사를 방문한 탈립 리파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은 “내가 본 공공 건축물 가운데 전통적 아름다움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잘 담긴 건축물은 처음”이라며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된 건축물”이라고 평가했다. 요르단대에서 20년 동안 건축학 교수를 지낸 건축 전문가인 리파이 사무총장은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라는 명제를 잘 실현한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청사 방문객을 안내하는 황현우 해설사(51)는 “기존의 공공건물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른 데다 경북의 전통과 문화를 느낄 수 있어 방문객들이 신청사가 친근하고 아름답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어 강사인 황 씨는 “하회마을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신청사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한옥의 아름다움에 현대적 실용성을 갖춘 인상적인 건축물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도의처 청사는 주민과 함께 한다는 뜻으로 여민관.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