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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 돕기 사랑의 슛… 메시-호날두도 참여시킬것”

입력 | 2016-07-18 03:00:00

축구 기부캠페인 ‘슛포러브’ 김동준 대표




비카인드의 이하람 PD, 김동준 대표, 최준렬 작가, 최준우 이사(왼쪽부터)가 축구공이 그려진 휴대전화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들은 유명 축구 선수들과 함께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기부 캠페인 ‘슛포러브’를 진행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해 6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영어학원 앞. 모자를 눌러쓴 한국인 청년 4명이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운 날씨와 긴 기다림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들이 영어학원 앞에 진을 친 건 4일 전. 아침부터 밤까지 영어학원의 문을 바라보는 게 하루 일과였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긴 곱슬머리를 늘어뜨린 건장한 스페인 남성이 영어학원으로 설렁설렁 걸어가는 게 보였다. 청년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계적인 축구 클럽 FC바르셀로나의 심장으로 불리던 카를레스 푸욜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를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회적 기업 ‘비카인드’의 김동준 대표(31)와 최준우 이사(31), 최준렬 작가(31), 이하람 PD(23)다. 비카인드는 소아암에 걸린 어린이를 돕는 축구 기부 캠페인 ‘슛포러브’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 선수 섭외 1호인 푸욜을 만난 때를 떠올렸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니까 영어학원에서 선생님과 찍은 사진이 있더라고요. 사진 속 간판을 보고 영어학원을 찾아 그때부터 무조건 기다렸죠. 그를 만나 ‘도와 달라’고 사정했고 결국 참여하게 됐습니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간 김 대표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미국에서 생일 선물을 받는 대신 이를 기부하는 문화를 접한 뒤 한국에도 비슷한 단체를 세우기로 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최 이사가 든든한 동료가 됐다. 비카인드는 3년 전까지 생일 기부로 한국소아암재단과 대한사회복지회 등을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김 대표는 후원하던 소아암 어린이 환자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부터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기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모두가 좋아하는 스포츠인 ‘축구’를 캠페인에 접목했다. 2014년 슛포러브가 그렇게 탄생했다.

처음엔 양궁 과녁에 점수를 붙이고 선수가 페널티킥을 차면 1점에 1만 원을 적립했다. 올해부턴 100만 원을 걸고 30∼40m 떨어진 농구 골대와 달리는 승합차 뒷문 등에 공을 차 넣는 미션을 도입했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여해서인지 성공률이 100%였다. 이렇게 적립된 금액은 후원사인 자생한방병원과 모바일게임업체인 플레이독소프트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 보내고 있다. 메이크어위시는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들어주는 단체다.

지금까지 슛포러브에 참여한 국내외 유명 축구 선수와 연예인은 76명. ‘박지성의 절친‘으로 유명한 파트리스 에브라와 첼시의 주장 존 테리, 스페인의 간판 스트라이커 라울 곤살레스 등 해외 유명 선수가 적립을 위해 축구공을 찼다. 박지성, 안정환 등 국내 선수와 유지태, 션, I.O.I 등 연예인들의 발길도 줄을 이었다.

유명 선수들을 섭외할 때 이들은 구단 등에 전화를 걸어 답이 없으면 직접 선수를 찾아 나섰다. 존 테리는 인터넷 지도와 잡지만으로 집 위치를 짐작해 무작정 기다렸다. 최 이사는 “동료들과 ‘왜 사서 고생하느냐’며 티격태격하다가도 섭외에 성공하면 갈등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슛포러브를 통해 모인 후원금은 지금까지 1억5000만 원. 이 돈으로 소아암 어린이 33명의 치료비를 보태고 소원을 들어줬다. 김 대표는 슛포러브를 세계로 확대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아직 섭외 못 한 메시, 호날두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참여시키고 싶어요. 그러면 더 많은 소아암 어린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만날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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