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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쏟아지더니… 고개 떨군 수도권 오피스텔

입력 | 2016-07-18 03:00:00

임대 수익률-매매가 모두 하락




일산에 사는 직장인 곽모 씨(32)는 연초에 사둔 오피스텔 분양권을 처분하지 못해 고민이다. 집 근처 삼송지구(경기 고양시) 오피스텔에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지만 분양권을 되사려는 사람이 없다. 같은 단지 내에 쌓인 분양권 매물만 200개가 넘는다. 곽 씨는 “계약금만 낸 뒤 웃돈 붙여 팔 생각이었는데 중도금을 낼 때까지 매수 문의가 없었다”며 “주변에서 분양될 새 오피스텔도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도권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의 연 투자수익률은 5.31%로 2014년 9월(5.62%) 이후 21개월 연속으로 떨어졌다. 주택경기 회복기였던 지난해 서울 주변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급이 크게 늘면서 임대 수익률과 매매가가 모두 떨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완공된 지 1년 지난 오피스텔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입주 대란’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 삼송·원흥지구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2500실이 넘는 오피스텔이 신규 공급됐다. 분양 당시엔 ‘완판 행진’이 이어졌지만 분양권 전매 차익을 기대한 분양자들이 계약 직후 매물로 쏟아내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 지역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없고, 일부 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최고 500만 원 이상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의 한 관계자는 “임대료가 절반 수준인 행복주택 단지도 최근 새로 공급돼 한동안 주변 일대 오피스텔이 분양가 이상으로 시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오피스텔 밀집지역인 송파구 문정지구의 분위기도 공급 과잉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8월 입주한 단지의 일부 북향 주택은 아직도 빈집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문정지구에선 법조타운 조성 등의 개발 호재를 업고 2013∼2015년 6000여 실의 오피스텔이 분양됐다. 또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입주를 앞둔 오피스텔만 약 4000실에 이른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대우조선해양의 1조 원 규모 연구개발센터 건설 계획이 최근 백지화된 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14·2015년 서울 전체 공급량의 40%에 달하는 1만2000여 실의 오피스텔이 공급됐다. 공실을 우려한 집주인들은 최근 월세 호가를 연초보다 5만∼10만 원 낮추면서 임차인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대규모 개발 계획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던 택지지구라는 점이다. 대규모 산업단지나 상업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오피스텔이 대량 공급됐다. 하지만 오피스텔이 준공될 때까지도 개발 사업이 끝나지 않으면서 ‘나 홀로 오피스텔’이 됐다. 여기에 소형 아파트, 연립·다가구, 행복주택 등 경쟁 상품까지 공급되면서 시장이 ‘공급 과잉’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보다 감가상각이 큰 오피스텔에서는 월세 등 임대료만으로 투자 수익을 얻어야 하는 만큼 입주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주여건이 떨어지는 택지지구에선 입주 초기에 오피스텔 공실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주변 생활편의시설은 물론 다른 오피스텔 단지들의 완공 시점도 고려해 청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신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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