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누구의 것인가/재런 레이니어 지음/노승영 옮김/560쪽·2만5000원·열린책들 ◇누가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가/마크 굿맨 지음·박세연 옮김/696쪽·2만4000원/북라이프
영화 ‘트랜센던스’(2014년)에서는 천재과학자 윌(조니 뎁)의 뇌가 들어있는 슈퍼컴퓨터가 인터넷에 접속해 세상을 조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컴퓨터와 인터넷 같은 가상공간 네트워크가 과도하게 연결된 사회의 미래를 경계한다. 동아일보DB
기술의 진화는 사람들에게 편리해진 현재와 더불어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상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괸 불안한 기초 위에 자리 잡고 있다면, 기술 발전을 믿었던 우리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다면 어떨까. 가상현실(VR)이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하고 온라인 ‘아바타’(분신)를 최초로 개발한 미국 컴퓨터 과학자 재런 레이니어, 안보 전문가이자 미국 연방수사국(FBI) 상임 미래학자인 마크 굿맨은 한목소리로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기인한 비극과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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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기업뿐 아니다. 해커, 핵티비스트(해킹을 정치 수단으로 삼는 행동주의자), 테러 조직 등 사이버 공간의 불법 행위 주체들이, 포털 사이트 구글에도 검색되지 않지만 데이터 규모는 300배에 달하는 ‘딥 웹’에서 해킹 기술 정보를 공유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흘리고 있는 무의미한 정보조차 이들에게는 표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인공지능, 유전공학 등 현실과 가상이 연결될수록 ‘얼리어답터’인 이들이 기존과 차원이 다른, 사람의 생명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안보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술 발전을 비관적으로 보지만 저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레이니어는 공짜로 정보를 제공해 온 사용자들에게도 정보 수집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때 승자 독식 구조로 잘못 설계된 정보 경제도 바로잡힐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굿맨은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사이버 공격을 막을 새로운 형태의 제도를 제시한다. 정부, 학계, 민간, 시민사회가 다층적으로 역량을 모아 사이버 위협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대응하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일례다.
이들이 제시한 부의 재분배, 다층 공조 제도 같은 모호한 대안들은 아직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고 있는 가상공간을 이해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을 최일선에서 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답게 각각 32장, 18장으로 촘촘히 구성된 책 속에는 정보혁명 이후 여러 현상을 통찰력 있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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