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어제 경북 성주군청 앞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관련 주민 설명회에서 날계란과 물병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40분 만에 행사를 중단한 황 총리 일행은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지만 격앙한 주민들이 가로막는 바람에 6시간 반 동안 꼼짝 못하고 갇혀야 했다.
총리가 나선 사드 설명회가 불미스럽게 중단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근거 없는 괴담까지 난무하는 판에 뒤늦게 여론 무마를 하겠다는 뒷북 행정에 성주 군민들이 분노할 법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 측 설명도 듣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 것은 지나치다. 정부 결정이 아무리 못마땅해도 다중이 위력을 과시하는 행위는 법치국가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 관리에 소홀했던 정부의 잘못은 가볍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장에서 밝힌 사드 배치의 안전성, 지역 주민의 건강과 지역 농산물의 안전 문제, 그리고 ‘국가 안위를 위해 지역을 할애해 준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방안’ 등은 13일 성주 배치 발표와 동시에 알렸어야 할 일이었다. 갈등이 예견되는 사안조차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장관부터 대통령 눈치만 살피다 ‘책임행정’이 실종된 형국이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시위를 위한 시위’를 하는 외부인이나 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한국진보연대(박석운) 등 시위 단골 시민단체들은 “제주 강정마을처럼 성주가 국가폭력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연대할 것”을 밝히는 시국회의를 열었다. 국가 안위를 위한 일에 불신과 유언비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이 준동한다면 북에서 김정은만 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