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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로 입지 좁아진 中… 무역으로 전선 넓히는 美

입력 | 2016-07-15 03:00:00

美 “中 부당관세” WTO 제소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무역전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전초전은 이미 곳곳에서 치러졌다. 미국은 5월 중국산 냉연강판에 무려 500% 이상의 관세를 물렸다. 4월에는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발표하며 중국에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이보다 더한 WTO 제소까지하고 나선 것은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해 중국 입지가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세계의 여론이 악화될 때 내친김에 무역 공격까지 가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무역전쟁에서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보호무역’으로 해결하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13일 발표한 ‘세계무역경보(GTA)’에 따르면 국제교역량은 2015년 1월부터 1년 반이 넘게 정체됐다.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장크트갈렌대 교수는 “국제교역이 이렇게 장기간 늘지 않은 건 경제사에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세계 무역 판도가 재편될 상황에서 미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통상질서로 이끌기 위해 각국을 통제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에 우호적인 영국이 EU에서 분리되면 미국이 유럽을 자국의 이익에 맞게 활용하기가 힘들어진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국제 통상질서가 복잡하게 변해 미국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환율전쟁 움직임도 거세다. 브렉시트로 엔화 가치 강세에 고전하던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2일 일본을 방문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재정 정책과 함께 통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장기적으로 수출량을 떠받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브렉시트 진원지인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14일 사상 최저인 0.5%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발표했으나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을 예고했다.

미중 간엔 유례없는 특허전쟁도 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휴대전화 회사인 화웨이(華爲)는 이달 초 미국 텍사스 주에서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을 상대로 이동통신기술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중국 휴대전화업체 바이리(伯利)는 중국 내에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설계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닝링 왕 헨더슨 패러보 개릿&더너의 파트너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다른 기업들도 특허 공격에 가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국제회의에서 보호주의 자제를 거듭 요구하고 무역 및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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