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모기박멸 어떤 연구하나
지카 바이러스의 주범으로 지목된 흰줄숲모기. 과학계는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가 사람을 물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등 모기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 땀 냄새 못 맡게 만들어 흡혈 예방
안용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팀은 모기가 가진 바늘 모양의 긴 침 맨 앞쪽에 후각수용체 2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난해 9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안 교수팀은 모기가 이들 후각수용체를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동물이 발산하는 이산화탄소와 휘발성 물질을 확인하고, 가까운 곳에서 나는 땀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안 교수는 “유전자를 조작해 후각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하자 모기가 흡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에는 평균 30초에서 최대 15분까지 늘어났다”며 “후각수용체를 없애면 사람을 쉽게 물지 않는 모기를 만들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레슬리 보셜 미국 록펠러대 교수팀도 2013년 흰줄숲모기의 후각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의 땀 냄새 등에 끌리지 않는 ‘유전자 조작 모기’를 만들었다고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유전자 가위의 일종인 ‘ZFN 효소’를 모기의 배아에 넣어 돌연변이 모기를 만든 것이다.
돌연변이 모기는 후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 모기의 경우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있으면 사람에게 달려들지만, 돌연변이 모기는 사람보다 동물을 선호했다.
래그즈데일 교수는 “펩타이드를 넣어 합성한 인공 당으로 피부에 바르는 모기 기피제를 만들면 효과적일 수 있다”며 “모기의 ‘입맛’을 공략하는 새로운 형태의 모기 기피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수컷 모기 ‘불임’ 만들어 모기 박멸
‘모기 박멸’이 목표인 연구도 있다. 지카 바이러스 사태의 진앙인 브라질은 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방사선 기술을 이전받아 수컷 모기에 방사선을 쪼여 불임으로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 경우 수컷이 암컷과 교배해 알을 낳아도 애벌레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불임 모기의 개체수가 일반 모기보다 10∼20배 많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생명공학기업인 옥시텍(Oxitech·Oxford Insect Technologies)은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가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도록 조작한 유전자 변형 모기(OX513A)를 만들었다. 실제로 옥시텍이 2010년 카리브해 지역에서 유전자 변형 모기 330만 마리를 방사한 결과 모기 개체수가 5분의 1로 줄었다. 2011년 브라질에서는 1000만 마리를 방사했다. 옥시텍은 현재까지 모기 누적 퇴치율이 82%라고 밝히고 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