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희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광고 로드중
#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 9회말 마무리투수가 던진 직구가 타자의 머리로 향한다. 해당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지만, 규정에 따라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다. 퇴장이다. 공 1개로 인해 우승팀이 바뀌게 될 확률은 급격히 상승한다.
# 연장전. 엔트리에 있는 야수는 이미 모두 소진했다.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투수도 없다. 마운드에 선 최후의 선수가 던진 직구가 타자의 헬멧을 스친다. 규정에 따라 투수는 퇴장. 그라운드에 남은 야수는 8명, 9명을 충족시키지 못해 경기를 치를 수 없다. 해당 팀은 공 1개로 ‘몰수패’를 당한다.
‘헤드샷 퇴장’ 규정이 불러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다. 공 1개가 가져올 후폭풍은 엄청나다. ‘설마 일어나겠나’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매우 작은 확률이라도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광고 로드중
제도 도입 초기만 해도 논란이 있었다. 특히 투수 출신 감독, 그리고 지도자 경력이 많은 이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투수들이 ‘몸쪽 승부’에 위축되는 등 야구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논거였다.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야할 심판의 역할을 ‘자동 퇴장’이라는 규정에 떠넘겼다는 비난도 있었다.
벌써 시행 3년째, 2014년 8회(준플레이오프 1회 포함), 2015년 8회, 올해는 13일 광주 SK-KIA전 SK 박희수까지 총 3회 나왔다. 3-3 동점이던 9회말 2사 후 나와 끝내기 패배의 단초가 된 박희수의 사례는 가장 극적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여전히 투수 출신 지도자들은 민감해 하지만, 젊은 감독들을 중심으로 ‘선수 보호가 우선’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거액의 FA 계약 등 선수 개개인의 몸을 고려하는 풍토가 정착된 결과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9명의 선수를 세울 수 없어 몰수패를 당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있다. 심판진이 합의판정과 마찬가지로 점차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도 지워지지 않는다. KBO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지켜보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문제점이 누적되면 재논의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