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범에 숨진 경찰관 추도식… 오바마 “美, 불가능에 맞서 전진” 부시, 고향의 비극에 단합 역설
12일 오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 모턴 H 마이어슨 심포니센터. 이달 7일 흑인 용의자의 저격으로 사망한 백인 경찰관 5명의 추도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나란히 섰다. 9·11테러 이후 최악의 경찰 참사로 불리는 국가적 비극에 인종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전현직 대통령이 손잡는 장면을 선보인 것이다.
CNN 등 미 언론을 통해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망한 경찰관들의 영정 사진이 놓인 의자 옆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30여 분 동안 사회 통합을 강조했다.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지만 흑백 갈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 오바마 대통령은 다소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특유의 감성 어린 목소리로 “미국은 보기만큼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분열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최근에 더 악화돼 왔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런 절망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불가능에 맞서 얼마나 진전해 왔는가”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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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단에 오른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인 적이 없다. 정신과 이상에 관한 약속으로 맺어져 왔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연설 후 성가대가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군가인 ‘공화국 전승가’를 부르자 오바마와 부시 부부는 일어나 일부 소절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해 다소 신이 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포착돼 소셜미디어에선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