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감면 年20조원]20대 국회서 발의된 조세특례법 15건중 8건이 감면 신설-기한연장… 면세자 축소대책 총선때 흐지부지 전문가 “복잡한 규정 단순화하고 稅감면 논의 정치논리 배제해야”
○ 나라 곳간은 뒷전인 정치권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제출된 조세특례제한법은 15건으로, 이 중 8건은 소득세 감면 규정을 신설하거나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에 제출된 소득세법 개정안 5건 중 소득세액을 깎아주거나 감면 규정을 신설하는 법안은 4건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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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안에서는 정책 목적을 달성한 일부 소득세 감면 규정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라며 “정치권이 워낙 강력히 반발하고 여론도 이미 받은 것을 빼앗기는 것에 민감하다 보니 관련 규정에 손을 대지 못한 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깎아주는 항목들이 넘쳐나다 보니 한국의 소득세 부담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2013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은 3.7%로 회원국 평균(8.8%)보다 5.1%포인트나 낮다. 여기에다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도 많아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복잡한 감면 규정을 단순화시키고, 일몰 시기가 왔을 때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객관적인 평가로 규정의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가 훼손한 ‘넓은 세원’ 원칙
소득세 감면 규모가 해마다 늘어 연간 20조 원에 육박하게 된 데는 정치권의 세금 포퓰리즘뿐만 아니라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초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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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대책이 적용되면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는 2013년(귀속소득 기준) 531만 명에서 2014년 802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물건을 살 때 물건값의 10%만큼 붙는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정도다.
저소득층 근로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갔지만 ‘연봉 3000만 원 초과 6000만 원 이하’ 중간소득자나 ‘연봉 6000만 원 초과’ 고소득자들 중에서도 면세 혜택을 받게 된 이가 증가했다. 2013년 근로자 평균임금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 중 면세자는 10만 명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100만 명으로 약 10배로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료비, 교육비 등 다양한 공제 항목이 있는 데다 연말정산 보완책으로 인해 공제율이 올라가면서 고소득층들도 일부 혜택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6월 면세자 비율을 최대 20%포인트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총선을 앞둔 국회가 논의를 미루면서 흐지부지됐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내년에 대선이 있는 탓에 면세자 축소 방안은 세법개정안 마련 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