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만에 ‘IM-100’ 신제품… 김포 생산라인 가보니
팬택이 1년 7개월 만에 내놓은 신제품 IM-100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정식 판매 10여 일이 지난 현재 초도물량 3만 대는 모두 팔렸고, 하루 3000대 안팎의 판매량도 유지하고 있다. 9일 오전 찾은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팬택 IM-100 생산라인은 주말임에도 바쁘게 움직였다. 김포=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이동통신시장에서는 IM-100에 대해 “팬택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날로그 휠을 적용해 손맛을 살리고, 무선충전기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결합한 ‘스톤’이라는 부품을 함께 제공하는 팬택의 승부수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뜻이다.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차지했던 팬택은 이제 IM-100 한 제품만 판매하는 작은 기업이 됐다. 월 50만 대까지 생산했을 때 사용했던 공장은 법정관리로 넘어갔고, 지금은 이 공장 10분의 1 규모의 작은 협력사 공장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팬택은 이곳에서 I‘m back(내가 돌아왔다)이란 뜻을 가진 IM-100으로 재기를 꿈꾼다. 팬택의 부활을 의미하는 이 이름에는 구조조정으로 팬택을 떠난 임직원 600여 명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직원들 손길에 사뭇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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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 통진읍 옹정리의 팬택 생산라인에서 만난 팬택 파견 직원 20여 명은 모두 작업복 속에 까만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작업복을 벗자 ‘I’m back, SKY’라고 적힌 글씨가 드러났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도울 방법을 찾다가 “우리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되자”는 의견을 모아 제작한 옷이다. 비용은 회사와 개인이 절반씩 부담했다.
생산기술팀 손기표 수석연구원은 이 옷을 34장 샀다. 가족뿐 아니라 팬택을 걱정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한 장씩 선물하기 위해서다. 손 연구원은 “사람들이 팬택의 부활을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평소에도 아내와 함께 이 옷을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팬택은 경영 사정상 TV 광고를 포기했다. 대신 20, 30대를 겨냥한 온라인 광고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 KT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IM-100은 10일 현재 초기 생산물량 3만 대가 모두 팔렸다. 6월 말 예약 판매 기간에 7000대가 팔렸고, 공식 판매 이후 하루 평균 3000대 안팎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돌풍’이라고까지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치열해진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선전(善戰)’은 하는 셈이다.
○ “품질에 팬택 명운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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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현재 생산라인을 마련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도 품질이다. 생산라인에서 제품 품질을 전수조사하고, 완제품 샘플링 조사도 국제 규격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검사’ 수준의 2배까지 끌어올렸다. 과거 ‘베가’ 브랜드 모델 판매 당시 품질 논란에 휩싸이며 ‘베레기(베가+쓰레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아픈 기억 탓이다.
팬택 생산기술팀 이수인 수석연구원은 “2년이란 공백기를 소비자가 느끼지 않도록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덕분에 국내 판매는 순항 중이고, 곧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김포 생산라인에는 유럽, 중동 지역 바이어들까지 찾아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잃었던 동료를 되찾을 수 있도록”
팬택은 매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제품 리뷰와 평가를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평가를 모아 IM-100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반영할 계획이다. 사양 경쟁보다는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개발한 스톤도 한 단계 높은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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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