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30대검사 지인들, 대화 공개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모 검사(33·사법연수원 41기)의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사건 처리의 압박에 삶을 비관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임 검사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대검찰청도 유서 내용을 바탕으로 “역량에 비해 욕심이 많았던 검사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라고 자살 동기를 파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지난 현재 김 검사가 자살한 다른 이유들이 고구마 줄기 끌려 나오듯 뭉텅이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김 검사의 친구들이 “직속상관인 김모 부장검사(48)의 폭언과 폭행으로 학대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5월 19∼21일 빈소를 찾은 김 부장검사의 언행이 김 검사의 친구들을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빈소를 찾았던 동료들은 “김 부장검사가 ‘(김 검사는) 내가 제일 아끼던 후배였다’고 말해 모두가 경악했다”고 전했다. 사법연수원 동기 A 씨는 “젊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김 부장검사의 평판은 ‘영혼을 갉아먹는 사람’”이라며 “유족에게 사과는 못할망정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해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2월 말부터 친구들과의 카톡 채팅방에 “매일 부장에게 욕을 들으니 살이 쭉쭉 빠진다. 진짜 한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3월 중순에는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습관처럼 꺼냈다. 본보는 이와 관련해 김 부장검사에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2일간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할 수 없었다.
김 검사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지만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유족은 지난달 2일 대검찰청에 “담당 부장이 아들 죽음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문제의 당사자인 김 부장검사가 남부지검에 근무하고 있는 상태에서 평검사들을 상대로 구두 조사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지난달 10일 김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으로 발령 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