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회장 시절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을 부실 감독했던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25일 AIIB 첫 총회에 불참하고 이틀 뒤 휴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 결정을 내리고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홍 부총재가 총회에 불참해 유 부총리는 만나지도 못했다니 국내에서 샌 바가지가 국제무대에서도 샌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홍 부총재는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산은 회장에 취임한 이래 대우조선의 1조5000억 원 규모 분식회계에는 눈감고 4조2000억 원의 신규 지원을 퍼주었다. 최근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면서 홍 부총재에 대한 문책 여론이 들끓자 그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지원 결정을 내렸고 나는 들러리 신세”라고 언론에 면피성 발언을 늘어놓았다.
그가 산은 회장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둔 2월 AIIB 부총재로 ‘영전’한 배경에 감사원의 ‘봐주기 감사’가 있다고 어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주장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산은 감사 때 당시 홍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의 부당 격려금 877억 원 지급을 묵인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문책할 수준이 아니라고 너그럽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결국 감사원이 그의 AIIB 부총재로 임명되는 길을 닦아줬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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