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진료 3만건 돌파 푸르메치과 백한승 과장
백한승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 과장은 “장애인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치과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1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에서 만난 백한승 푸르메치과 과장(39)이 병원 구석구석을 소개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민간 최초의 장애인 전문 치과인 푸르메치과는 최근 진료 3만 건을 돌파했다. 2007년 푸르메재단이 세운 푸르메치과에서 지금까지 진료받은 장애 환자는 5000명이 넘는다. 현재 크고 작은 치아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 환자는 75만 명가량으로 추정되지만 장애인 전용 치과는 전국 통틀어 10곳뿐이다.
백 과장이 장애 환자들을 돌봐 온 지는 올해로 3년째. 공대를 나온 뒤 경영컨설턴트 회사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뒤늦게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졸업 후 봉직의(페이닥터)를 거쳐 개인병원을 열었지만 2년 만에 푸르메치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치대 시절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네팔에 봉사활동을 가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그때의 약속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월급이 크게 줄어든 건 물론 일반 환자를 진료할 때보다 체력적으로도 2∼3배는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백 과장 아내는 그의 선택을 적극 지지해줬다. 백 과장의 장인은 서울 종로구에 전 재산을 기부한 박노수 화백. 그는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일이 몸에 밴 집안 분위기 덕에 모두 나를 응원해줬다”며 “가족의 지원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환자는 수두룩하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허리가 ‘ㄱ’자로 굳은 30대 초반 환자도 그중 한 명이다. 환자는 지팡이를 짚고 걷다 보니 앞으로 고꾸라지는 때가 많아 치아가 다 부러져 있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굽은 등 때문에 똑바로 눕지 못해 백 과장은 몇 시간을 허리를 구부린 채 수술했다. 그는 “현재 이분은 장애인학교 선생님으로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환자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웃었다.
푸르메치과는 모든 장애 환자에게 치료비의 50%를 후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애 환자 중 40%가량은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백 과장은 “한국인체조직기능지원본부처럼 저소득층 장애인 치과의료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재단이 4, 5곳은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적자를 면치 못하는 장애인 치과들에 다각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