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유영미 옮김/288쪽·1만5000원·갈매나무
이 같은 설정은 꽤 합리적이다. 독일의 소행성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도 “충돌 위기의 소행성을 폭파하는 것은 최악”이라며 “소행성이 큼직한 덩어리 여러 개로 나뉘어 지구에 마찬가지 피해를 주게 된다”고 썼다.
연구 결과 6500만 년 전 공룡을 절멸시킨, 직경 10km 이상의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일은 평균 5000만 년에 한 번 일어난다. 직경 1km 이상인 소행성의 충돌은 60만 년에 한 번 정도다.
인간이 이를 막으려면 소행성의 궤도를 약간 바꾸는 게 효율적이다. 우주선을 보내 ‘살짝’ 미는 방법이다. 그러나 미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연료까지 싣고 소행성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책은 새로운 방법을 소개한다. 바람의 힘을 받아 항해하는 범선처럼 태양빛을 받아 우주로 나아가는 ‘태양 범선’을 활용하는 방법, 고출력의 레이저를 소행성 표면에 쏴 물질을 기화시켜 이때 생기는 반작용을 이용하는 방법, 전기장으로 이온을 내뿜어 가속하는 ‘이온 엔진’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모색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기술들이 동시에 인간을 먼 우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 엘리베이터’처럼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