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회생방안 긴급 진단]회생가능한 역량 높일 고민없이 채권단 ‘부채비율 400%이하’ 요구… 7년전 구조조정 실패 ‘판박이’ 현대상선 ‘2M’동맹 가입 논의 시작…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협상 매진
○ 부족한 점 보완하는 ‘맞춤형’ 지원 필요
광고 로드중
그런데 최근 정부와 채권단이 주도하는 해운 구조조정의 방향도 2009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에 따른 지원 방안이 대표적인 문제다.
현재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THE 얼라이언스’를 주도할 정도로 영업력과 덩치에서 앞서지만 용선료를 연체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상태이고, 반면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에 성공해 자금력은 있지만 계속된 영업적자와 해운동맹 가입 지연으로 영업망에 타격을 입고 있다. 각각 필요로 하는 부분이 다르지만 채권단은 ‘부채비율 400% 이하’만 강조하며 추가 지원은 없다는 점만 내세우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옷(지원책)에 사람(해운사)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 반대가 돼야 할 것”이라며 “현대상선에 해운동맹 가입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사격이 필요하고, 한진해운에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검찰 조사로 손발이 묶인 KDB산업은행의 상황이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검찰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관리·감독 부실 책임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되면서 해운업계 지원에도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운사는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 고민해야
광고 로드중
그런 점에서 최근 상황은 긍정적이다. 용선료 협상을 마친 현대상선은 23일 “세계 최대의 해운동맹인 ‘2M’에 가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최근 2M이 협력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2M으로서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아시아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상선의 가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THE 얼라이언스 결성을 주도한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선주사 대표를 만나 논의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 속에서도 주력 노선인 북미 노선에서 주요 화주들과 예년보다 11% 더 많은 물량에 대해 계약을 맺어 영업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은 조 회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2014년 4월 이후 분기 영업흑자로 전환한 뒤 2014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조 회장이 경영에 본격 참여한 이후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1조 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낮아진 상황을 오랜 기간 견뎌야 하는데, 민간기업 자체적으로 버티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공공기관이 주주로 참여해 자본을 확충하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경영해 효율성을 높이는 민관 합작 지배구조로 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