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써요. 담임선생님한테 미움 받는다는 증거 아닌가요? 아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아이 엄마는 흥분해 있었다. 당연히 목소리는 커졌고 표정은 붉으락푸르락했다.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조용히 들어 주는 것. 시간이 흘렀다. 아이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안정됐다. 이제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어머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선생님에게 시정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의 주관적인 생각이 전부 옳다고는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선생님을 봐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아이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엄마는 가는 길에 담임선생님을 만나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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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는 교권이 추락했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그런데 교사들이 더 마음 아파하는 건 자신들을 바라보는 학부모의 부정적인 시선이다. 물론 그런 관점으로 교사들을 생각하는 학부모는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엄마와 아빠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데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할 리 없다.
교육은 교사에 의해 이뤄진다. 교사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면 교육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악조건이라고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소통이다. 소통하려면 편견을 버려야 한다. 무심한 마음에 진심을 담으면 소통은 어렵지 않다. 소통만 되면 해결 못 할 일이 없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학부모들도 교사를 신뢰할 것이다. 교사들의 이런 노력이 모아지면 교육이 바로 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연스럽게 교권도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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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 전북 무주안성초 교장·병설유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