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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늦추고… 경주중 고삐 당기고… 말 달리기前 승자는 정해져 있었다

입력 | 2016-06-23 03:00:00

기수는 승부조작-조교사는 정보유출… 조폭-馬主 등 경마비리 39명 적발




“오늘 ‘일지매’(가명) 탄력 좋습니다. 막판 접전 중 일격도 가능해 보입니다.”

일지매 마주(馬主) 황모 씨(46)가 최고의 조교사로 손꼽히던 김모 씨(48)로부터 경마 정보를 받아든 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 김 씨의 경주마를 자신 명의로 등록하고 출주시킨 뒤 경주 상금을 받을 경우 나누기로 한 것. 상금 욕심에 눈이 먼 김 씨는 황 씨에게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신이 관리하는 말 30필의 정보를 제공했고 상금 34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과천 경마장 말 관리사 권모 씨(44)도 황 씨에게 그날 말의 상태, 조교사와 기수 동향 등 경마 정보를 제공해 1500만 원을 받았다. 이런 황 씨도 사실은 진짜 말 주인이 아니었다. 도박 개장 전과 때문에 마주 등록이 불가능한 김모 씨(43)를 대신해 명의를 빌려준 ‘대리 마주’였다. 김 씨는 2014년부터 황 씨 이름으로 마주로 등록한 뒤 조교사들과 친분을 쌓고 경마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김 씨의 불법행위는 결국 검찰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대규모 경마 비리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과천, 제주,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경마 정보를 제공하고 승부를 조작한 전현직 기수, 조교사, 말 관리사, 마주, 사설 경마 운영자 및 조직폭력배 등 모두 39명을 마사회법 위반 등으로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39명 중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1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도주한 6명은 기소중지하고 추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제주경마 소속의 한 전직 기수(불구속 기소)는 5200만 원을 받고 11차례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기수 3명도 최대 4900만 원을 받고 7차례나 경기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발 직전 말을 긴장시켜 ‘스타트’를 늦추거나 경주 도중 잘 달리던 말의 고삐를 당겨 진로를 방해하는 등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수법을 썼다. 이들이 조작한 경주는 총 18건으로 전체 매출액이 529억 원이나 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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