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편소설집 ‘샹들리에’ 펴낸 김려령 작가
“아이들의 말투가 가볍다고 해서 생각까지 가볍다고 여기면 오산”이라는 게 김려령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의식과 감각이 늙을까봐 걱정된다. 노련해지고 싶지만 늙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영화 원작 소설로 알려진 김려령 작가(45)가 첫 단편소설집 ‘샹들리에’(창비)를 펴냈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6일 만난 그는 나이보다 훨씬 앳돼 보였다. 》
○ “억눌러 온 것 모아 터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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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이지만 성인이 봐도 단숨에 읽힐 정도로 흡인력 있고 탄탄하다. 집에서 일어난 찰나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이야기인 ‘이어폰’, 청소년 성폭력을 그린 ‘아는 사람’은 사실적이어서 가슴이 뻐근해진다. 작가는 20대의 두 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아동, 청소년 장편을 많이 쓰다 보니 스스로 금기시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때마다 단편을 쓰며 풀었어요. ‘아는 사람’은 성범죄자 대부분이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 착안한 건데, 쓰면서 너무 아팠어요. 억눌렀던 걸 차곡차곡 담아냈다 터뜨린 게 ‘샹들리에’예요.”
‘그녀’ ‘미진이’ ‘만두’ 등에 나오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못마땅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가슴에 쌓아두지 않는다. 툴툴거리고 욕하다 등짝을 얻어맞더라도 말로 다 뱉어낸다. 아이들이 모두 발산하는 캐릭터라고 말하자 그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딱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거예요. 10대 때는 아주 작은 게 고민이 되고 그래서 아픈 거잖아요. 그걸 말하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혼난다면 그건 혼내는 어른이 잘못한 거라고요.”
○ “와서 딱 붙는 이야기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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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버스를 자주 이용하고 분식집에서도 아이들을 관찰해요. 재래시장도 수시로 가고요. 완득이 엄마도 시장에서 본 이주 노동자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거예요.”
‘가시고백’ ‘너를 봤어’ ‘트렁크’ 등 독자를 사로잡는 작품을 꾸준히 써 온 그는 천생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오빠, 언니를 둔 삼남매 중 막내로, 쿵푸 유단자를 꿈꾸고 엄마가 슈퍼마켓 주인이 되기를 소망했던(자신이 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았단다) 소녀였다. 말을 얼마나 차지게 이어가는지 두 시간이 훌쩍 지난 것도 몰랐다.
“생활에서 본 소재 가운데 딱 달라붙는 게 있어요. 그걸 글로 써요. 이야기가 저를 끌고 가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인위적으로 덤벼서 쓰려던 건 다 실패했어요.”
그는 ‘작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너무 커 버겁다며 스스로를 ‘글 좀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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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특유의 시원스러운 웃음을 깔깔 날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