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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아프리카에 ‘전력 한류’ 바람이 분다

입력 | 2016-06-20 03:00:00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전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시장이지만 빈곤과 질병으로 얼룩졌던 아프리카가 지구촌 마지막 성장엔진이자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제발전과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치타 세대(정보통신 기기 사용에 능숙하고 끊임없이 생존을 모색하는 아프리카 젊은층)’의 부상과 풍부한 자원 및 노동력으로 대변되는 아프리카의 잠재력과 전략적 중요성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최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한-아프리카 간 경제협력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첫 번째 방문국 에티오피아에서 경제부총리, 총리특별보좌관과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각각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미국 하버드대 유학파인 이들은 업무에 대한 열정과 강직함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서 한국을 선망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에티오피아의 발전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의 대규모 섬유공단이 에티오피아 수도 인근에 들어선다는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섬유업종은 한 번의 정전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 품질과 3.58%의 송배전 손실률(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변압기, 송·배전 선로를 거쳐 사용 지점에 이르는 동안 전선 저항 등으로 발생하는 전력 손실률)을 보유하고 있는 한전이 들어와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중국, 일본, 유럽 등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자국과 비슷한 전쟁의 상처와 빈곤을 딛고 일어선 기적의 나라, 한국의 경험을 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아프리카 인프라 이슈 중 가장 시급한 과제가 전력 인프라의 확충이다. 아프리카 인구 2위 대국 에티오피아도 전력 보급률은 50%에 미치지 못하고 송배전 손실률은 20%를 웃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머무는 나흘 동안에도 두 번의 정전이 있었다. 잠깐이면 해소될 줄 알았던 정전은 저녁식사가 끝나도록 계속되었다. 그 정전의 어둠 속에서도 에티오피아의 희망을 보았고 거기에 한전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에 국가적 특성과 에너지산업 현안을 고려한 ‘3대 맞춤형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3대 사업은 한국의 마이크로그리드(Micro Grid)와 유사한 개념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오프그리드(Off-Grid) 사업’과 ‘송전망 컨설팅 사업’, ‘배전 손실 개선 시범 사업’이다. 에티오피아를 교두보로 삼아 이러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면서 향후 현지 여건이 비슷한 우간다, 케냐 등 인접 국가와 아프리카 지역의 다른 국가들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동이 트면 가젤도 뛰고 사자도 뛴다. 살아남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뛴다. 지구상의 마지막 블루오션을 향해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뛰기 시작했다. 포브스 선정 ‘글로벌 전력 유틸리티 1위’ 한전은 ‘한강의 기적’이 10억 검은 대륙을 밝혀주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조만간 한전 현지 특별조사단이 에티오피아로 떠난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제적 동반자로서 출발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런 노력들이 전력 한류를 일으킬 돌풍이 되길 기대한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