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 없애고 능력따라 연봉-승진
16일 생산직 사원 전원을 대상으로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성과·역량 기반 인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LG이노텍의 스마트폰 부품 공장 라인 모습. LG이노텍 제공
고도 성장기에 적용했던 호봉제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데에 노사가 합의한 결과다. 노조가 있는 국내 대기업으로는 최초다. 이번 인사제도 도입에 따라 앞으로 LG이노텍 모든 현장직의 임금과 평가, 진급, 교육 체계가 근속 연수가 아닌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새롭게 바뀐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최근 생산 현장은 공정이 전문화되고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있어 근속 연수보다는 빠른 업무 적응력과 전문 직무 역량이 더 중요시된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전에 비해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판매 주기가 짧아지면서 부품업체 라인 및 생산 공정의 전환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경력이나 경험보다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전문 지식이 우선시된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노사가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2년이 넘게 걸렸을 정도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협상 초반까지만 해도 노조는 기존 인사제도를 유지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결국 노조도 무시할 수 없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변화의 가장 큰 계기가 됐다.
LG이노텍은 우수 성과자에게 기본임금 외에 ‘성과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고 ‘수시 인센티브’를 통해 성과가 나오면 즉시 보상을 하기로 했다. 업무 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할 수 있는 ‘발탁 진급제’도 신설해 연차에 관계없이 승진도 할 수 있게 했다.
반면 같은 직급이더라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포함한 연봉이 최대 30%까지 차이 난다.
해외 기업들은 15년 전부터 성과·역량 기반 인사제도를 현장직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00년 기본급에 성과급을 반영한 데 이어 2004년 호봉제를 완전 폐지했다. 올해부터는 근로자들의 성과를 매달 평가해 월급에 반영하는 성과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2011년 기본급 자동인상을 폐지한 바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