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소득 은닉’ 실태 살펴보니
A 씨의 사례는 올 1월 국세청의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국세청이 15일 역외소득 은닉 혐의자 3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고의적인 역외탈세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파나마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되고, 여기에 한국인 18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홍콩의 한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 회사. 이 회사는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세금 탈루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국세청 제공
광고 로드중
정부는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간 ‘해외 소득·재산 자진신고제’를 운영한 만큼 이들에게 충분한 관용을 베풀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자진신고제를 실시하면서 주요 언론을 통해 적극 홍보를 하고 해외에 소득이나 재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직접 우편 등으로 안내문을 보내면서 자진신고를 독려했다. 가산세와 과태료를 깎아주고 형사 처벌에 대한 관용 조치까지 포함한 ‘단 한 번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만큼 역외탈세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게 국세청의 방침이다. 한 국장은 “세금 탈루 등을 제보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최대 3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며 “국제 공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역외탈세를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검찰 수사 등으로 촉발된 사정 정국에 ‘경제 검찰’ 격인 국세청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진행 중인 롯데 수사의 기초자료 상당 부분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탈세 조사와는 별도로 국세청은 부영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최근 마쳤고 코오롱, SK해운 등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사정 정국의 막이 오른 이상 국세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