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씨가 판매한 ‘병마용갱’. 대작화가가 대부분을 그렸고 조 씨는 바둑판과 화투 비광의 우산을 그려 넣었다. 또 청단, 홍단 등의 글자를 수정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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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씨가 판매한 ‘항상영광’. 대작화가가 그린 그림에 조 씨는 알파벳 ‘A‘의 아랫부분을 흰색 물감으로 늘리고 사인을 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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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71)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지검 속초지청이 14일 조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조 씨의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모 씨(45)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명화가 송모 씨(60) 등 2명이 그린 화투 그림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20명에게 26점을 판매해 1억8035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대작 화가들에게 작품당 10만 원을 주고 그리게 한 뒤 판매할 때는 호당 30만~50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의 매니저인 장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조 씨의 대작과 판매에 가담해 268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대작 화가에게 추상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임의대로 그리게 하거나 자신의 기존 회화를 똑같이 그리도록 주문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제작했다. 검찰은 조 씨가 방송 출연과 언론 지면을 통해 자신이 직접 전통적인 방식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강조했으면서도 실제로는 경미한 덧칠과 서명을 한 뒤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판매한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범죄행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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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된 대작 그림 가운데 ‘병마용갱’의 경우 대작화가가 그림 전체를 그렸고 조 씨는 그림 속 바둑판과 화투 비광의 우산 정도만 그려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상영광’이라는 그림도 조 씨가 알파벳 A의 아랫부분을 흰색 물감으로 늘리고 사인만 한 뒤 판매했다.
이번 사건은 대작화가 송 씨가 검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속초지청 관계자는 “조 씨가 대작 작품을 양산해 수시로 전시회, 아트 페어 등을 통해 고가에 판매함으로써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지만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속초=이인모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