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주민들 “얼굴 들수도 없어” 뒤숭숭 교사 섬근무 기피현상 심화 우려 경찰 3명 구속… 공모 가능성 수사
“애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학부모 등 주민 3명이 20대 초등학교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난 전남 섬마을의 한 주민은 5일 힘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창피해서) 교사들 앞에 얼굴도 못 들게 됐다”며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짓을 저지른 어른들 탓에 아이들까지 피해를 볼까 봐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 발생 후 소문을 듣고 설마 했던 주민들은 전모가 공개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주말 동안 관광객이나 출향민들이 섬을 찾았지만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한 주민은 “어디 가서 ○○도 출신이라는 걸 얘기도 못 하겠다”며 “외지인이 사건을 물어보면 ‘어느 섬인지 모른다’고 둘러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며 아예 입을 닫았다. 전남도교육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는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가해 주민들을 비난하고 여교사를 걱정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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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 목포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사이 여교사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학부모 박모 씨(49) 등 3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박 씨는 학교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고, 김모 씨(39) 등 2명은 각각 성폭행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식당에서 만난 여교사에게 집에서 담근 술 10잔을 마시도록 권했다. 이어 구토를 하고 정신을 잃은 여교사에게 각각 ‘챙겨 준다’ ‘보살펴 준다’ ‘식당에 둔 휴대전화를 갖다 준다’는 명목을 내세워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박 씨가 성추행 직후 동네 후배이자 학부모인 김 씨에게 전화해 “관사에 가 봐라”고 말한 것에 따라 미리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