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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10 중 4권이 日 히가시노 작품… ‘라플라스의 마녀’ 가장 많이 팔려

입력 | 2016-06-04 03:00:00

[토요스케치]최근 7년간 추리소설 판매량 분석




한국인은 어떤 탐정을 사랑했을까?

동아일보가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함께 2010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최근 6년여간 가장 많이 팔린 탐정·추리물의 누적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크게 △일본 탐정물 강세 △영국식 고전 탐정 캐릭터 건재 △미국식 하드보일드(hard-boiled·비정하고 사실적인 소설) 탐정 부재란 경향성이 드러났다. 누적 판매 1∼10위 작품 중 절반이 히가시노 게이고 등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나머지 추리·탐정물은 셜록 홈스나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 등 고전 탐정물이다(표 참조).

장르 소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초의 추리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로 인해 추리소설이 대중화된 뒤 세계 추리물은 영국의 정통 탐정물과 미국의 하드보일드 탐정물 등 두 축으로 발전해 왔다.

영국 추리물은 우리가 익숙한 셜록 홈스(코넌 도일), 미스 마플(애거사 크리스티), 즉 천재적 두뇌로 앉아서 범인을 찾아내는 타입이다. 반면 미국 탐정들은 머리보다 몸을 쓴다. 거리에 나가 법보다 주먹으로 상대를 협박해 정보를 얻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인사건 현장을 즐긴다. 탐정 ‘필립 말로’(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실 해밋(1894∼1961)의 작품 속 탐정들이 대표적인 예.

한국 독자들은 전자를 선호한다. 큰 흐름이 바뀐 것은 2000년대 초반. 일본 추리·탐정물이 국내에서 시장을 장악하면서부터. 당초 일본 탐정물은 밀실 등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서술트릭(독자의 눈을 속이는 독특한 서술기법)을 쓰는 형식이 많았다. 하지만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사회 문제를 부각시키는 ‘사회파 미스터리’가 급부상했다. 대표적인 작가가 마쓰모토 세이초와 에도가와 란포다.

이런 흐름은 현재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일본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에게까지 연결된다.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는 “한국인은 허황된 이야기보다 리얼리티, 즉 현실적으로 일어날 만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회파 추리가 통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향은 국내에 확실한 탐정 캐릭터가 부재하는 배경이 됐다. 국내에 탐정업이 없다 보니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에 흥미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제 희망의 싹이 보인다. 현직 부장판사인 도진기 씨는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탐정’으로 활동하는 ‘고진’ 캐릭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탐정: 더 비기닝’의 제작사 크리픽처스 정종훈 대표는 “천재형 탐정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유형이 한국형 탐정으로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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