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조선업의 구조조정 여파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개점휴업’에 들어간 생산설비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올 들어 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장기 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0%로 전달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9.9%)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란 국내 사업장들이 만들 수 있는 최대 생산량에 비해 실제 생산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경기가 좋으면 공장을 최대한 돌리기 때문에 가동률이 높아지지만 경기 침체기엔 가동을 멈추는 설비가 많아져 가동률이 떨어진다. 현재 경기가 안 좋아도 앞으로 나아진다고 예상하면 재고를 감수하면서 설비를 가동하지만 향후에도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가동률은 더욱 떨어진다.
이처럼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4월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달보다 0.8%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올 1월에 마이너스(―1.4%)를 나타낸 이후 2, 3월에 각각 증가세를 보였지만 3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를 나타냈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 전자부품 등의 생산 감소 영향으로 전달대비 1.3% 줄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보다 생산이 6.3%나 줄어든 자동차가 심상치 않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데다 지난달에 주요 업체들이 신차를 내놓으면서 생산을 늘린데 따른 반작용으로도 해석된다.
제조업체들이 재고 정리에 급하다 보니 신규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지표인 기계수주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2%나 줄었다. 기계수주에서 공공부문(49.3%)이 그나마 받쳐줬지만 민간(―31.9%)에서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일각에서는 6월에 예정된 미국 금리인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등 대외변수가 산적한 상황에다 하반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