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수교 130주년 행사 풍성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안은미 컴퍼니의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공연. 한국 노인들이 가요에 맞춰 막춤을 선보인 이 공연 대해 현지 언론은 “한국의 현대성을 신선하고 독특하게 풀어냈다”라고 평가했다. 해외문화홍보원 제공
피나 바우시, 얀 파브르 같은 무용계 거장들이 섰던 이 극장의 무대에는 전문 무용수가 아닌 한국의 10대 청소년과 60∼8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 중년 남성들이 차례로 올라 공연을 가졌다. 한국 청소년 12명은 각자의 흥과 고민을 춤으로 풀어냈고(‘사심 없는 땐스’), 대기업 과장, 은행원, 호프집 사장인 중년 남성들은 격렬한 한국식 ’아재춤‘을 선보였다.(’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한국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울릉도 트위스트’ ‘백만 송이 장미’ ‘단발머리’ 같은 흘러간 한국 가요에 맞춰 몸을 흔들 때(‘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극장을 꽉 채운 1000여 명의 파리지앵은 손뼉으로 화답했다.
이 공연은 국내 무용가 안은미가 이끄는 안은미 컴퍼니의 ‘땐스’ 3부작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해 올해 8월까지 진행될 예정인 ‘프랑스 내 한국의 해’의 문을 열었던 작품 가운데 하나. 파리가을축제 공식 초청작으로 초대돼 한달 간 무대에 올려졌던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안은미 컴퍼니는 이 기간 8차례의 공연을 했고, 모두 전석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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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열린 안숙선 명창의 ‘수궁가’ 공연. 해외문화홍보원 제공
프랑스에서 한국은 여전히 낯선 나라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 내에서 한국 문화예술의 입지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먼저 물꼬를 튼 것은 대중문화였다. 한국 영화는 1993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회고전에서 처음 소개된 이래 임권택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같은 한국 감독의 영화가 줄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케이팝이 2000년대 초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프랑스 내 한국문화 관련 협회는 15개, 케이팝 관련 동호회는 80여 개에 이른다(2013년 상반기 기준). 특히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지난해 프랑스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응답자의 12.5%가 꼭 만나고 싶은 한류스타로 가수 싸이를 꼽았고, 이어 배우 김태희(2.5%), 박찬욱 감독(2.3%) 방송인 파비앙(1.5%), 배우 이민호(1.3%) 순이었다. 또 ‘한국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는 ‘문화강국’이라는 답이 65.8%로 가장 많았으며 ‘경제적으로 선진국’(65.6%), ‘부유한 나라’(58.8%)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해’ 행사는 두 나라 사이의 교류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전통 예술이나 순수 예술 영역 등 영화와 음악 외에 새로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기회가 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안은미의 공연 외에도 ‘…한국의 해’ 개막공연이었던 종묘제례악 2회 공연이 전석 매진된 것을 비롯해 지난 3월까지 13개의 작품이 매진됐다.
또 한국 DJ 3명이 태극기를 달고 생미셸, 생제르맹, 바스티유 광장 등을 행진한 ‘서울밤! 테크노퍼레이드’는 40만 명이 관람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작가 배병우의 전시회와 한국현대미술을 조망한 전시 ‘서울, 빨리빨리 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2016년 파리도서전’ 설치미술작가 이불의 ‘새벽의 노래 Ⅲ 전’ 등의 전시에 10만 명 이상의 프랑스인이 찾았다. 특히 올해 ‘파리도서전’에서 한국관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한국과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고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협의했다”며 “한국이 파리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참여한 것은 양국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 유명 미술관인 그랑팔레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보급 도자기를 소개하는 ‘흙 불 혼-한국도자명품전’이 열리고 있고, 프랑스 3대 극장 중 하나인 샤요 국립극장에서는 한국무용주간 행사가 다음 달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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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