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자료 없이 10분짜리 다큐시청… “감정이입으로 공감대 이끌어 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출입기자들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아프리카 남수단 내전의 참상을 다룬 VR 영상을 체험하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 뉴욕 유엔본부 3층 유엔출입기자협회(UNCA) 회의실에선 최근 이색적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국 공영방송 PBS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프런트라인(Frontline)’팀과 브라운미디어혁신연구소 관계자들이 별도 자료 없이 VR 영상만으로 아프리카 동북부 남수단의 심각한 기아 문제를 브리핑했다.
회견에 참석한 30여 명의 기자들은 ‘2년 넘게 이어진 내전 때문에 280만 명 이상이 굶주리고 있고 그중 최소 4만 명은 생명을 위협받는 심각한 기아 상태’라는 설명을 들은 뒤 준비된 VR 헤드셋을 썼다. 기자도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로 제작한 1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봤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남수단의 일부 지역 주민들에겐 유엔 수송기가 하늘에서 떨어뜨려 주는 구호물자가 유일한 식량”이란 내레이션과 함께 비행기에서 음식 포대가 포탄처럼 떨어졌다. 머리를 들면 비행기 천장이 보이고 고개를 숙이면 구호물자가 떨어지는 모습이 나왔다. 이때까진 그저 입체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광고 로드중
이 느낌을 옆에 있던 프런트라인의 칼라 보라스 프로듀서(33·여)에게 말했더니 그는 “VR 다큐의 목적이 감정이입과 공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국제 이슈를 다루는 유엔출입기자를 대상으로 VR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도 남수단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