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잘못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 참모들 만류에도 두달째 ‘외로운 싸움’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9)는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그가 ‘외롭게’ 트럼프와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롬니는 트럼프에 대해 “자유세계의 리더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이는 트럼프를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운을 뗐다. 또 “트럼프는 탐욕스럽고, 과시적이며, 여성을 혐오하고, 괴상하기 짝이 없는 삼류 연기자”라고 평가했다. 롬니는 “트럼프에겐 대통령이 될 기질이나 판단력이 없다”거나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국가적 자살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롬니와 25년 동안 가깝게 지내온 HP 엔터프라이즈의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롬니의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국가와 애국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롬니를 거들었다.
일각에선 공화당 주류로 꾸준히 활동해 왔고 모르몬교도로 절제된 생활과 언행을 중시해온 롬니의 개인적 성향도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높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공화당 내 비주류이며 돌출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트럼프가 26일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1237명)을 확보하자 ‘네버 트럼프(트럼프는 절대 안 돼)’ 대신 ‘네버 힐러리(힐러리는 절대 안 돼)’ 기류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의 공식 지지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롬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표현에 따르면 “애처로운 처지”가 됐다.
롬니가 3월 초 공개적으로 트럼프 반대 선언을 하겠다고 나서자 참모들은 “트럼프와 싸우지 말라”고 만류했다. 참모들 우려대로 그는 반대 선언 후 트럼프로부터 “급이 낮다(lightweight)” “실패한 후보”라며 험한 말로 얻어맞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