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자료관 방문때 깜짝선물… 놀란 아베 “직접 접었나” 묻기도 백악관 “아베가 진주만 올 차례”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손수 접어 선물한 종이학. 아사히신문 제공
소녀는 두 살 때 원폭 투하 지점에서 1.6km 떨어진 집에서 피폭됐다. 목숨은 건졌지만 9년 후 온몸이 붓고 붉은 반점이 생겼다. 의사는 백혈병 진단을 내리며 “1년 이상 살 수 없다”고 했다. 문병 온 친구가 “종이학 1000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자 소녀는 종이학을 964마리까지 접은 뒤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사다코와 천 마리 종이학’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일본 내에서는 히로시마 비극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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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은 미국 측이 “행사를 엄숙하게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지난달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공원을 찾았을 때 학생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행사도 오바마 방문 때는 뺐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함께 헌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미국 측은 ‘개별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한편 백악관은 히로시마 방문의 답방 형식으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아베 총리가 12월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할 경우 환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진주만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대선 직후인 12월 7일 진주만에서 일본군 공습 75주년 추모행사를 연다.
아베 총리는 25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진주만 방문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선 아베 총리가 미국의 새 정권과 역대 최상의 미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진주만 방문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