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화제작 ‘토니 에르트만’ & ‘패터슨’]마렌 아데 감독 ‘토니 에르트만’ 장난꾸러기 아버지와 완벽한 딸… 티격태격 웃고 울리는 코미디 짐 자무시 감독 ‘패터슨’… 숨어서 詩 쓰는 버스기사의 일주일 예술이 주는 일상의 축복 그려내
‘토니 에르트만’(맨위쪽 사진)과 ‘패터슨’은 각각 올해 칸영화제의 경향을 대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경쟁작 중 절반이 넘었고,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 그중 세 편으로 ‘토니 에르트만’도 포함된다. 미국의 인터넷 공룡 아마존이 투자한 작품이 경쟁과 비경쟁 부문을 통틀어 다섯 편이나 초청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패터슨’도 그중 하나다. 칸국제영화제 제공
22일 끝난 올해 영화제는 유독 이 간극이 더 넓었던 것 같다. 전문가와 관객의 평가가 좋았던 두 작품 ‘토니 에르트만’과 ‘패터슨’은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지 상영관에서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던 두 작품을 소개한다.
‘토니 에르트만’은 독일 출신 신예 마렌 아데 감독의 예측불허 코미디다. 노년으로 접어드는 위니프리드(페터 시모니셰크)는 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말도 안 되는 농담과 장난을 즐기는 실없는 남자다.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는 반대다. 대형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커리어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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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세 번째 작품인 아데 감독은 독특한 호흡의 코미디로 영화를 상투성의 함정에서 건져낸다. 눈썹과 입꼬리의 움직임만으로도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전하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16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살짝 겁이 날 수도 있다. 사실 초반 20∼30분은 좀 지루하다. 하지만 고비만 넘기면 영화는 낄낄대는 웃음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진한 눈물을 보장한다.
‘토니 에르트만’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 같다면 ‘패터슨’은 묵직한 직구처럼 심장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미국 뉴저지 주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의 일주일을 비춘다. 아내(골시프테 파라하니)와 행복하게 살던 그에게는 비밀 직업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시인이다. 열렬히 시를 사랑하지만 정작 작품을 발표할 생각은 없다.
여기까지 읽고 ‘음, 지루한 예술영화군’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는 언뜻 지루해 보이는 평범한 일상이 이 예민한 예술청년에게 얼마나 다채로운 색깔로 다가가는지, 그리고 일상이 예술에 의해 어떻게 축복받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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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 감독은 시와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 일상의 행간을 읽어내는 연출, 옴니버스식 구성, 동양적 선(禪)에 대한 애호 등 그동안 자신의 작품에서 선보인 조각들을 모아 반짝이는 모자이크를 완성했다. 시대나 공간이 짐작되지 않는 진공 상태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의 영화는 늘 배경을 초월한 채 존재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름다운 폭포 앞에서 작은 노트 안으로 빨려들 듯 등이 굽은 패터슨의 뒷모습과 그가 특유의 저음으로 읊는 시의 운율만큼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토니 에르트만’ ★★★★☆, ‘패터슨’ ★★★★ (별 5개 만점)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