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기억’의 박찬홍 PD
매번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지만 박찬홍 PD의 촬영 시간은 짧기로도 유명하다. 그는 “빨리 작업을 끝내줘야 배우, 스태프도 충전하고 다음 작업을 잘할 수 있다”며 “항상 촬영 전에 미리 공부하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대학을 졸업하고 일주일 뒤 외국계 기업 입사를 앞뒀던 아들이 추락사고를 당했다. 건강했던 아들은 온몸이 마비됐다. 평생 누워 지내야 할 수도 있었다.
“(아들의 사고 뒤) 2년하고도 하루가 지났네요. 큰 사고를 당하고 지난 삶을 돌아봤습니다. 성공만 보고 달려온 제가 뭘 놓치며 살아왔는지…. 오랜 시간 함께한 김지우 작가(50)도 제 슬픔을 나누고 고민해줬죠. ‘기억’이 탄생하게 된 계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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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20년 가깝게 손발을 맞추며 KBS ‘부활’(2005년) ‘마왕’(2007년) ‘상어’(2013년) 복수 3부작을 함께한 그와 김 작가가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못된 대형 로펌 변호사였던 태석(이성민)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복수 3부작처럼 어둡지 않다. 태석은 지난 삶을 반성하며 자신의 잘못을 하나둘 바로잡아간다. 가정에도 충실한 모범가장이 된다.
지금은 ‘바늘과 실’ 같은 그와 김 작가의 만남은 KBS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1995∼1998년)를 통해서다. 연출 넷, 작가 셋이 에피소드마다 짝을 이루는 중에도 둘은 자주 호흡을 맞췄고 그는 김 작가의 필력에 빠져들었다.
“처음 같이 일을 하게 된 김 작가가 책상 위에 두고 간 대본을 읽었어요. 기가 막히게 훌륭한 대본이었죠. 아이들 삶도 이렇게 심오하구나…. 그와의 만남은 ‘축복’이라고밖에 달리 설명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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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성민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배우를 ‘발탁’하며 가르치는 데 익숙했는데 이성민 씨의 연기를 보며 오히려 많이 배웠죠.”
박 PD의 차기작은 무엇일까. 이미 콤비인 김 작가와 ‘기억’을 만들기 전에도 함께 영화를 구상하고 있었다.
“김 작가의 시놉시스에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글이 항상 적혀 있어요. 저도 공감해왔고 그걸 녹여내려 했어요. 제가 항상 ‘대본의 반이라도 따라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공부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싫다’고 한다면 제가 다리라도 붙잡고 늘어져야죠. 하하.”
박 PD는 인터뷰 중 ‘끝은 곧 시작입니다’라는 ‘부활’의 대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태가 호전돼 휠체어를 타며 열심히 재활 중인 아들의 모습에서 나도 희망을 보고 있다”고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