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새누리]“친박에 빚진 것 없다” 발언 논란… 하루뒤 “신세진 건 맞다” 얼버무려 조기全大 언급 보도엔 “그런말 안해”… 25일 예정 조직위원장 총회도 불발 “대통령 거부권 금기시할 이유없어”… 靑 반발 ‘상시 청문회법’ 개정 시사
22일 오후 2시경 출근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식은땀을 흘리다 결국 두 시간 만에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섰다. 자신이 내놓은 비상대책위원 인선과 ‘김용태 혁신위원장’ 카드가 친박(친박근혜)계에 의해 비토당한 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주말 내내 골머리를 싸매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너트크래커’ 신세다. 원내대표 선출 직후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살피고 소처럼 뚜벅뚜벅 걷는다)’를 내건 정 원내대표는 당을 추스르고 여소야대의 원 구성 협상에서도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됐다. 하지만 난파된 새누리당호의 유일하게 남은 선장이지만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4·13총선 참패 이후 당의 리더십이 붕괴된 건 23일로 꼭 40일째다.
○ 길 잃은 선장
정 원내대표는 20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연쇄 회동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려 했지만 오히려 숙제만 하나 더 떠안은 형국이 됐다. ‘혁신 비대위’ 구성이라는 큰 틀만 합의가 됐을 뿐이어서 그로선 쉽지 않은 숙제다. 친박과 비박 양쪽의 눈치를 다 살펴야 하는 데다 대안 없이 비대위원장 겸직에서 물러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위상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박 측에서 거론하는 황우여 전 부총리나 강재섭 전 대표 등을 비대위원장으로 올릴 수는 없다는 게 정 원내대표 측 분위기다.
○ “빚진 게 없다”→“빚진 건 맞지만…”
비대위 인선 등 정 원내대표의 ‘1차 쇄신안’이 좌초된 뒤 메시지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 일부 기자들을 만나 “친박계에 빚진 게 없다. 오히려 그쪽에서 내게 빚이 있다”고 친박계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2012년 19대 총선 공천을 예로 들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 대신 서울 중구에서 전략 공천을 받아 낙선했다. 이를 ‘자기희생’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를 전해 들은 친박계는 발끈했다. “전략 공천을 받고도 빚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였다. 한 친박계 의원은 “19대 공천뿐 아니라 2014년 충남도지사 공천, 20대 총선 공천, 20대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친박계가 한결같이 정 원내대표를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에 신세를 진 것은 사실이지만, 신세를 진 것과 엄정 중립을 지키면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은 별개”라고 말했다. 또 “과거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세 진 적은 없다”고도 했다. 이 말만 놓고 보면 정 원내대표가 기존 비대위원 인선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럴 동력은 없다는 게 고민이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주도한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상시 청문회가 되면 행정부는 일을 못한다. 국회의장이 나쁜 전례를 남겼다”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금기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